[시사뉴스 우동석기자] 조류 인플루엔자(AI) 살처분 범위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닭·오리 주산지인 전남도가 처음으로 3㎞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지 않기로 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농장 밀집지역이나 'AI 다발지역'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지에 대해서는 탄력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해 일부 혼선이 예상된다.
전남도는 19일 "해남군 마산면 박모씨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최근 발생한 고병원성(H5N8) AI와 관련, 내부 논의 끝에 3㎞ 예방적 살처분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 오염지역인 500m 이내 사육오리 4만700마리에 대해서만 살처분이 이뤄졌다.
박씨의 농장은 지난달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전북 정읍의 오리 부화장으로부터 병아리를 입추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상태였다.
당국은 AI 잠복기간이 지난 해당 농장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하기 위해 지난 13일 시료를 채취해 혈청검사를 진행하던 중 고병원성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도는 즉각 박씨 농장에서 사육 중인 오리 1만3500마리와 500m 이내 또 다른 박모씨 농장의 육용오리 2만7200마리는 살처분하되 반경 3㎞ 예방적 살처분은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경 3㎞ 안에는 김모씨가 운영하는 육용오리 농장이 있으며 사육 중인 오리는 2만1700마리다.
전남에서는 지난달 17일 전북 고창에서 첫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모두 8건의 AI 의심신고나 병성검사가 실시됐고 이 중 5건이 고병원성으로 확진되면서 32개 농가 59만8000마리가 살처분됐으며 3㎞ 예방적 살처분이 실시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 관계자는 "해남 마산이 닭·오리 밀집지가 아닌데다 위험도 역시 나주나 무안, 영암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논의 끝에 살처분 범위를 3㎞까지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해남에는 451농가에서 닭 137만 마리, 64농가에서 오리 26만 마리를 사육 중이며 대부분 영세농이어서 마릿수로 따지면 22개 시·군 중 닭은 8번째, 오리는 9번째다. 나주 889만, 무안 498만, 영암 465만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사회적, 재정적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는 살처분 보상비로 국비와 지방비 합쳐 100억원을 확보했지만 이미 50억원 가량을 사용했다. AI가 3∼4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예산이 바닥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무분별한 살처분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부담이다.
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AI가 발생하면 해당 농가의 가금류만 살처분할 것을 권고했고 유럽연합은 해당 농가나 500m 오염지에서만 선택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며 AI 확진없는 예방적 살처분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