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는 정치가 절실하다
미국이
아프간에 보복 공격이 시작된 전후로 뉴질랜드에 잠시 다녀왔다. 비자관계로 문의 할 일이 있어 오클랜드에 있는 미 대사관에 잠시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경비가 몹시 삼엄했다. 휴대폰까지 일일이 검색했다. 대단히 초조한 기색이 보였다.
미국의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대사관 뿐 아니었다. 비행기 탑승하는 사람 하나 하나를 우려의 눈길로 살피고 있었다. 짐 꾸러미 하나 하나를
몇 번씩 조사했고 탑승 품목 제한 숫자도 늘었다. 미국의 불안은 세계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경제도 그 영향을 깊숙이 받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한결 낮게 잡고 추경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긴축예산을 편성하고 감원과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불행이 우리의 불행과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미국 뉴욕의 주가불안과 영국 런던, 일본 동경 주식시장이 우리 경제에 숨쉴 겨를 없이 파고드는
것이다. 세계가 이젠 공동선을 추구하고 공동 이해를 위해 머리를 싸매야하고 손을 맞잡아야 할 때인 것이다. 세계의 숨막히는 변화는 국내보다는
해외에 사는 교민들이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얼굴과 피부 색깔이 다르고 제도 문화가 다른 탓일까. 오클랜드에 사는 교민들 중에는
방금 현지로 날아온 필자보다 국내사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교민들이 입을 모으고 가슴을 저미게 하는 이야기는 ‘조국이 잘 살아야한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시민권까지 얻고 국적을 포기한
상태이지만 모국과 고향에 대한 애착과 애정은 아주 강한 것이 공통점이었다.
바로 그것이 우리 민족이다. 이역만리 낯설고 물 설은 타국 땅에 살면서도 한결같은 우리 민족의 소리를 한 번 똑바로 들어보자.
그런데 우리의 정치현실은 어떤가. 귀국 행 비행기 속에서 펼쳐든 우리 신문을 보면서 가슴을 짙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남북갈등보다는
남남갈등, 즉 보혁갈등의 심각성을 거론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과 국민, 여권과 야권의 정립되지 않는 합의는 민생현안까지 외면하게
하는 인상이 짖다. 어쩌면 더욱 심각한 사태로 파생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돌파구를 열어야 될까. 필자는 역시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을 주장하고 싶다. 정부는 북한과 북한 사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과 끊임없이 대화와 토론을 펼쳐 분위기를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단순 비교와 제한된 토론은 오해와 의혹으로 파급될 우려가 있다.
실제 사례를 짚어보자. 필자는 월남 귀순한 인사들을 여러 차례 취재한 기억이 있다. 그때 털어놓은 독백들이 기억에 새롭다. “우리들이 북한에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도 남한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은행거래도 모르고 증권투자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돈만 주면 ‘밑
빠진 독에 물 붇기’인 셈이죠.”
바로 이점을 세심히 배려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이 자본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위적인 통일만 이루어질 경우 어느 한쪽이 흡수 예속되거나
숙청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월남 경험이 있는 원로 교수 한 분은 사석에서 연방제통일이 되면 분명 적화통일이 되고 초등학교 2학년 이상은 숙청 각오를 해야할 것이라며
국민합의가 되지 않는 통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분은 자신 혼자의 생각만이 아닐 것이라고 재삼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 이제 IMF를 극복하고 민족의 새 희망을 열어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전세계에서 우리를 걱정하고 염려하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합의-일치된 모습으로 당당하고 건강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나라당 논산·금산지구당(현)/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