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들에게 자랑스런 조상이 되자
2002년 새해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창밖에 날씨가 싸늘하다. 하지만 올해에는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지자제-대통령 선거등
유난히 큰 행사가 많아 벌써부터 뜨겁다. 매스컴들이 신년호에 대선 주자들의 여론조사를 보도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지난해 IMF 국제 빚을 간신히 갚아냈다. 그러나 산더미처럼 투입된 공적자금을 보면 아무도 경제가 좋아서 갚아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실업자가 많다. 대학생들은 졸업해도 취직자리를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민들은 장사가 안돼
생활비 마련을 못해 한숨을 쉰다.
새해 벽두에 머리칼을 쭈뼛하게 하는 외신 또 하나. 미국의 부쉬 대통령이 올해를 ‘전쟁의 해’로 선포했다는 얘기다. 아프칸 소식이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이 선정한 5대 테러국가 북한을 곁에 둔 우리로서는 가슴 조마조마하다.
연말에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독교인들의 모임’에서 강원룡 목사가 하던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80평생에 오늘처럼 유난히 가슴을 짓누르게
암울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늘처럼 내년에도 여러분들과 같이 평화롭게 기도드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원로 목사의 말씀이 가슴을 파고드는 것은 미국 측에서 북한이 언제든지 테러를 자행하거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는 핵 폭탄같은나라로 지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테러범들에게 테러기술을 가르치고 생화학 무기 제조법을 가르쳤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필자는 수 년전 일본 대마도와 큐슈지역 취재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 지금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백제인들의 묘소다. 최익현 선생의
비석도 마찬가지다. 모두 고향인 북쪽을 바라다 보고 있다. 찬서리 비바람에도 고국을 바라보면서 눈을 감지 못하는 영령들. 그들은 지금 우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일제치하에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며 스러져간 수많은 독립투사들. 6.25 전쟁중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이름 모를 산하에서 흉탄에 숨져간
국군장병들. 이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업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저 숙여진 고개를 들기 어려운 심정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한숨만 쉴 틈이 없다. 생각해보라. 이 엄동설한에 달러가 없어 기름을 사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중교통이 멎어버리고
전기가 끊기며 엘리베이터가 정지돼 혹한에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이 얼어죽는 사태가 오지 않겠는가?
우리는 어떻게든 달러를 벌어야하고 무역거래를 해야한다. 수출을 해서 국제 빚을 갚아야 한다. 머리를 싸매고 신기술을 습득해서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생산해내야 한다. 강력한 힘과 경제력을 비축해서 전쟁의 위험에서 헤어나야 한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취업자리를 늘려야 한다. 해외에도
적극 진출해야 한다.
이런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까? 남녀에 차별을 두어야 할까? 아니다. 모두가 팔을 걷어 부쳐야 한다. 우리는 행주산성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외적이 침입했을 때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모두가 나섰다. 그리고 힘을 합쳐 결국 나라를 지켜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 권율 장군 같은 뛰어난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사리사욕을 버리고 오직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앞장설
지도자가 절실하다. 그 분은 지역감정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혜안과 슬기,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올해는 우리 나라와 민족에게 어느 해보다 중요한 선택의 해다. IMF의 슬픔과 비탄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다시 나락에
빠지느냐 하는 중요한 길목에 서 있다.
필자는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만큼 권리와 책무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후손들에게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닦아줄 의무가 있는 것이다. 멋 훗날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런 조상이 되도록 하자.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나라당 논산·금산지구당(현)/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