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
서울에도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찾아왔다. 나무가지에 새싹이 트고 들녘에는 풀꽃이 새움을 트고 있다. 봄소식과 함께 주가가 상승하고 기업들은
수출과 공장가동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벤처기업들은 갖가지 아이디어 경쟁을 하고 있어 싱그럽다.
그러나 신문을 보면 정계에서만은 시야가 밝지않다. 대선주자들이 서로 비난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여야는 상호 폭로전에 혈안이 되어 있다.
도대체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인 토론과 합의, 협력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새 천년의 밝은 비전이 없는 것이다.
국민들은 실망하고 의지할 만한 지도자를 찾기 어려운 나라-.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우리 나라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절실한 덕목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필자는 우리 나라가 8.15 광복 이후 실마리를 잘못 풀어 갔다고 지적하고 싶다. 최근 국회 민족정기 모임에서 친일 인사 명단을 발표했지만
정부수립후 바로 친일 잔재를 정리하지 못해 불씨를 낳았다. 그리고 역대대통령들의 지나친 욕심도 문제였다.
대통령제를 채택한 우리 나라는 불행히 훌륭한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훌륭한 대통령은 우선 사심이 없고 역사를 꿰뚫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가족과 혈연, 지연과 학연에 분명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언제나 예측 가능한 자기 사명서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보다 더 훌륭한
후계자를 길러 놓는 사명감이 있어야한다.
이런 덕목이 실천되지 않으면 역사는 공전되고 만다. 자신에게 불행의 씨앗이 되고 국민과 민족에게 큰 부담이 된다. 우리 역대 대통령들이
우여곡절 끝에 실각하거나 비명횡사했고 감옥에 다녀왔다. 그 영향으로 많은 국민들이 직업을 잃거나 가정이 파산되었다. IMF사태를 맞아 국제
빚쟁이가 됐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비난을 넘어 저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듭된 실망에 해외로 봇짐을 싸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해결되는 것일까. 외국에 나갈수록 모국이 잘 살아야 어깨를 펼 수가 있는 것이 상식이다.
필자가 해외에서 만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슬로바니아 사람들은 몹시 주눅이 들어있었다. 내란 틈새에서 화목한 가정을 잃고 빈손으로 떠난 사람들은
외국에서도 어렵게 살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지구 어디를 가나 한국사람이다.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가야만 하는 숙명을 지녔다.
그러면 우리에게 숙명적인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사회가 복잡다난한 만큼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첫째, 권력이 견제돼야 하고 인권보장이 뿌리내려야 한다. 공무원에 대한 인사투명성이 제고되고 정치적인 중립이 보장되어야 한다. 부정부패가
근절되고 권력이 남용되지 않으며 상식이 통해야 한다.
둘째, 언론 자유가 실현되고 문화체육 등 다양한 산업이 신장되어야한다. 언론 자유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좌표 구실을 한다.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의 왜곡이 있어서는 안된다. 또 기업 활동과 함께 문화와 체육 등 다양한 산업이 신장되고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관광산업도
발전되어야 한다.
셋째,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기업 활동의 토양이 조성되어야한다.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고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활동이 제한 받아서는
안된다. 자본시장과 금융시장 기능이 정상화되고 효과적인 농수산업이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나와야 한다.
넷째, 여성과 노인, 교육과 사회복지정책이 현실적이어야 한다. 어린이-노인-장애인-여성에 대한 다양한 복지 정책이 마련되어야하며 교육문제의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절실하다.
다섯째, 외교 안보와 대북정책은 국민적 합의에따라 추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이 믿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나라로 가꾸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대경영학과/ 대학원경영학과 졸업/ 연세대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경제부차장)/ 한국공공정책연구원장/ 시사뉴스주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