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전투기사업은 재검토돼야 한다!
“고물은
아니지만, 21세기에 걸맞는 전투기는 아니다.”
군사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차세대전투기선정사업(F-X)이 결국 미국 보잉사의 F15K로 결정됐다. 1단계
평가에서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이 우위를 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들어 국방부가 F15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방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봉이냐?”는 식의 반응이다. 벌써 생산하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은 전투기를,
그리고 미국에서도 2030년까지만 운용하겠다는 전투기를 거의 강매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 작전에는 미국 대통령 이하 국무장관, 국방장관, 상원의원 등이 총동원되었다.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를 한껏 긴장시킨 부시의 지난
2월 방한 목적을 두고 미국 내 언론들조차도 “F15를 팔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월 파월 국무장관은 이정빈
외무장관에게 “F15 사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11월에도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F15가 상호운용면에서
적합하다”고 압력을 넣었다. 게파트 상원의원은 보다 직접적으로 "F15를 구매해라"고 말했고 본드 의원은 한 술 더 떠
“안 사면 불행해질 것”이라고 협박을 가했다. 이에 김동신 국방장관은 미국 방문길에서 “F-X 프로그램을 추진함에 있어서 여러가지 요소가
있지만, 상호호환성 및 연합작전수행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어찌 이렇게 죽이 잘 맞을 수가 있단 말인가? 모양새만 공동 입찰이라고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고 정작은 다른 어떤 나라의 회사에도 기회를
주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명백하다.
자주국방의 꿈은 물건너 갔다
가장 억울한 쪽은 프랑스의 다소사이다. 라팔은 F15에 비해 전자전 능력도 월등하고, 레이더도 능동형으로 360도의 여러 적을 동시에 포착해
낼 수 있다. F15의 레이더는 기계식으로 고작 전방 120도 밖에 커버하지 못 한다. 또 라팔은 스스로 적이 있는 곳을 찾아 낼 수 있는
정보운항장치도 있다. 미공군 잡지에서도 라팔을 두고 4.5세대 전투기라고 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
절충교역(OFF-SET) 요건도 라팔이 최고였다. 절충교역이란 외국무기를 살 때 기술이전과 부품생산물량의 배정 및 추후에 수출도 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는 것이다. 국방부는 F15를 선정하면서 절충교역조건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라팔은 95% 이상을 제시했다.
전투기 사업이 40억불일 때 미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28억불 어치를 한국에 돌려주겠다는 것이고, 프랑스는 40억불 거의 전부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모든 기술을 주겠다고 했다.
현정부는 2015년까지 국산전투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종을 선택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는 명백해진다.
다른 나라들이 전투기를 계약하는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받아, 독자적으로 전투기를 자체 생산해내는 동안 우리는 겨우 연습비행기나 만들고 자랑스러워했다.
말로는 자주국방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하지만 그럴 의지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언제까지 미국의 품에서 어리광이나 부리고 그들의 으름장에
울먹일 것인가?
이번 F-X 사업은 국민이 받친 세금으로 국민의 안위를 위해 국민의 정부가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은 전혀 엉뚱하게 쓰여지고
있다. 국방부는 평가자료조차도 공개하지 못하겠단다. 철저히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무리수를 두면서도 끝까지 F15를 고집한 대한민국 국방부에
경의를 표한다.
강신한 shkang@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