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17대 총선이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의회로부터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혀온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도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가 필요했음은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9일 대선 1주년 기념식에서 노사모 회원들 앞에서 “총선 승리에 힘을 모을 것”을 주문하면서 속내를 비쳤다.
이에 대해 1월5일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중앙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며 총선정국에서의 첫 탄핵 발언을 했다.
올해 들어 각 당이 총선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열린우리당은 청와대와 관료 출신 후보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에 깊숙히 개입해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선거 중립 시비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총선을 50여일 앞둔 지난 2월24일,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한국방송기자 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계기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을 위한 본격적인 법률검토를 하는 등 공동 준비에 들어갔다.
3월3일 중앙선관위원회는 2월24일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노 대통령의 선거 중립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관위의 판결이후 야당은 대통령의 총선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압박했으나 청와대는 “선관위 결론 존중하나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사과를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야권이 탄핵대상으로 지목한 자신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에 대해 “소극적으로 (TV대담에서)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적극적 지지요청을 한 게 아니라 예측과 기대를 말한 것뿐인데 이런 사유로 대통령직을 중단하라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관권선거를 포함한 선거 개입 ▲감세청탁과 당선축하금 등 측근 비리 ▲국정 혼선 등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탄핵안을 주도했던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6일 한 시사진단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무현 정권은 도덕적 기반을 상실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탄핵발의를 하게됐으며 자신은 헌정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신념으로 정치생명을 걸고 끝까지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탄핵발의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한테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해서 조치를 취한 것은 헌정사에서 처음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이는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인 법치주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파괴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계속 밝혀지고 있고 본인도 연루됐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고 전제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만 대통령의 지위가 유지되고 직무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기반이 있어야만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데 현 정권의 도덕성 위기,도덕 불감증을 감안할 때 도저히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