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한일 라이벌 야구경기에서만 진 것이 아니다. 이미 '야구 인프라'에서도 일본에 완패를 하고 들어갔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5 프리미어12 개막전(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의 구위에 눌려 0-5 영봉패를 당했다.
대표팀은 적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삿포로돔의 위용에 압도당했다.
2015 프리미어12 개막전 일본과의 경기를 치르는 한국대표팀은 경기를 3시간 앞둔 이날 오후 4시께 버스로 삿포로돔에 도착했다.
도착 순간부터 분위기는 국내 야구장과는 달랐다. 삿포로돔은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은 지하 2층에 있다. 선수단은 버스를 타고 지하로 내려와 곧바로 외부와의 접촉 없이 라커룸으로 직행했다.
짐을 푼 선수들은 삿포로돔 구경에 나섰다. 그라운드로 나와 삿포로돔의 내부 전경을 둘러본 대표선수들은 한결같이 혀를 내둘렀다. 김재호(두산)는 "비교된다. 비교돼"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고 오재원(두산) 역시 "이게 진짜 돔구장이다"고 감탄했다.
김현수(두산)는 이대호(소프트뱅크)의 옆에 앉아 삿포로돔의 높은 천장을 보면서 "정말로 천장을 맞힐 수 있느냐"고 물었고 이대호는 '쿨'한 말투로 "여기서는 맞히기 힘들다"고 답했다.
삿포로돔에 익숙한 이대호가 결국 분위기를 수습했다. 먼저 훈련을 하기로 한 일본 선수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는 "일본 선수들도 안나왔는데 왜 여기에 있나. 부끄러우니 빨리 들어가자"면서 두리번거리는 후배들을 황급히 철수(?)시켰다.
삿포로돔을 처음 접하는 선수단의 머릿속에는 겹치는 장소가 있었다. 최근 개장한 고척스카이돔이다. 대표팀은 불과 사흘전까지 고척돔에서 쿠바와 두차례 친선경기를 치렀다.
국내에 돔구장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었다면 느끼는 감정은 동경과 부러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국내에도 1호 돔구장이 생겼다. 보는 순간 자연스럽게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일본과의 '수준 차이'를 절감했다.
송진우 대표팀 투수 코치는 "고척돔을 떠올려보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다. 돔 내부에 철골 구조가 너무 많이 보인다. 한화 이글스 실내 연습장에 있는 것 같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김재호는 "우리나라와는 클래스가 다르다. 이만큼 투자가 많으니 좋은 선수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삿포로돔과 고척돔을 단순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삿포르돔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1998년 착공에 들어갔다. 축구장과 야구장 겸용으로 일본의 돔구장 중에서도 최신식에 속한다. 1988년 도쿄돔 이후 야구가 가능한 돔구장만 5개에 달했던 일본의 돔 노하우가 집약됐다.
야구장과 축구장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좌석만 4만2000석이 넘는다. 2001년 완공 당시 기준으로 토지비용을 제외한 건설비만 422억엔(약 3896억원)에 달했다.
그에 비해 고척돔은 방치됐던 좁은 부지에 야구장을 집어넣어야 하는 악조건 속에 만들어졌고 수 차례 용도도 변경됐다. 관중 규모는 1만8000여석 내외, 총 사업비는 1948억원으로 삿포르돔의 절반 수준이다.
규모 비교는 옳지 않지만 구조와 편의성에서는 고척돔의 아쉬운 부분이 우리선수들에게 한 눈에 느껴질 정도였다.
삿포로돔의 입구와 연결되는 지상 1층은 순전히 관중들을 위한 공간이다. 전시구역과 편의시설들이 배치돼 있다. 4층 스카이박스까지는 관중의 차지다.
관계자들은 지하로 들어간다. 그라운드가 위치한 지하 2층은 더그아웃과 라커룸, 불펜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선수들을 위한 공간과 미디어 취재구역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지하 1층은 미디어와 기타 관계자들을 위한 공간 위주로 구성됐다.
고척돔을 비롯해 관중들이 높은 계단을 올라 2층부터 입장하는 국내 대부분의 구장과는 발상부터 다르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곳도 차이가 확연했다. 대표적인 것이 불펜이다.
삿포로돔의 불펜은 더그아웃 바로 뒤에 있다. 더그아웃으로 가는 통로 바로 맞은 편이다. 불펜 이전에 '워밍업 룸'이라는 작은 방이 있다. 투구연습을 할 수 있는 네트가 있고 측면에는 거울이 부착돼 있어 선수들이 본격적인 불펜 투구 전 밸런스를 잡을 수 있다.
진짜 불펜은 그 옆에 있다. 공간의 크기만 놓고 보면 고척돔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삿포로돔의 불펜은 단 3계단만 내려가면 됐다. 고척돔의 불펜은 가파른 20여개의 계단을 내려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