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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하늘 날고 싶은 꿈 좇아 80년 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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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하늘 날고 싶은 꿈 좇아
80년 외길


전통연의 대가 노유상 노성규 부자

“몇
시간 걸려 올라야 하는 산도 연은 단숨에 넘어버리지. 하늘을 자유자재로 나는 연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벅찰 수 없었어.”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호 ‘한국민속연’ 보유자 노유상(98) 선생은 뒷산에서 연을 날리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웃는다. ‘자유롭게 떠다니는’
연에 대한 열망은 평생 선생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만들어준 연을 띄우며 자란 선생의 아들 노성규(48) 씨 또한 같은 꿈을 꾸게
됐다. 최근에는 성규 씨의 아들 노순(24) 씨마저 연을 만들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연 날릴 공터도 마땅히 없는 도시에서 연에 대한 순수한 애정 하나로 가업 3대를 이어가는 이들 ‘연 가족’의 모습은 독특한 구석이 많다.
큰 돈이 되지 않는 가업을 대물림하며 지켜나가는 부분도 그렇고, 새로운 것을 좇는 시대에 잊혀지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 점도 남다르다.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 꿈을 간직하고 평생 외길을 걸어온 뚝심은 오늘날에 찾기 힘든 모습이다.



정부 차원의 행사 주관




황해도 장연에서 태어난 노유상 선생은 어려서부터 연 날리기를 즐겼다. “그때는 장난감이 없었지. 얼음지치기나 팽이돌리기가 고작이었어. 난
그 중에서도 연 날리기가 제일 좋았어.” 당시는 집집마다 연을 만들었고, 누구나 연 날리기를 즐겼다. 선생은 13살 때부터 연을 곧잘 만들었다고
한다. 15살 무렵 초등학교(당시 보통학교) 교사였던 박근석 선생을 만나고 부터 보다 구체적으로 연 관련 기술들을 익혔다. 연 만드는 기술을
비롯, 연 날리는 기술, 얼레(연자세) 만드는 기술, 연줄에 사기를 먹이는 기술, 상대편의 연줄을 끊는 연싸움 기술 등 대부분의 기술을
박근석 선생으로부터 전수 받았다.

선생의 유명세는 광복 후 이승만 대통령 집권 시절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54년 민족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연날리기는 정책적으로 장려됐다.
문화공부부에서는 연기능 보유자들을 수소문 해 연 날리기 대회를 열었는데, 선생은 행사 전반의 진행을 맡게 됐다. 연을 특별히 좋아했던 이승만
대통령은 행사 기간 내내 참석해 직접 연을 띄웠다고 한다. 선생은 “대통령의 연 날리는 기술이 꽤 수준급”이었다고 전한다.

아버지가 국가가 인정하는 민속연의 대가였던 만큼 성규 씨도 어린시절부터 연에 파묻혀 살았다. “집안에는 연이 가득했고, 아버지는 늘 연을
만들고 계셨죠.” 성규씨는 “자신이 만든 연이 하늘을 날고 날렵하게 움직여 상대 연을 끊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연을 시작한 것을 후회도 했지만, 연에 대한 애정이 금새 다시 넘쳐나곤 했다. 천직이었던 것이다.



전통연의 우수성세계에 전파




현재 성규 씨는 서울 용산구 효창동 ‘연의 세계’라는 간판이 붙은 10여평의 작업실에서 전통연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연의 대중화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는 성규 씨는 사단법인 ‘한국민속 연 보존회(www.koreakite.or.kr)’를 만들기도 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 강습을 비롯, 대나무 같이 구하기 힘든 재료를 보급하기도 한다. 보존회는 또한 각종 연날리기 대회도 주관하고 있다. 특히 세계
연 날리기 대회를 통해 한국 연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전통연, 특히 방패연의 과학성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다. 가운데 구멍(방구멍)은 방패연에만 있는 독특한 것인데, 이 구멍은 맞바람의
저항을 줄이고 뒷면의 진공상태를 메워 줘 연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한 장치다. 방패연이 조종에 따라 좌우 위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이유는 바로 방구멍 때문이다. 연싸움이 가능한 것도 같은 원리다. 외국인들은 움직임이 다양한 방패연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원리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노유상 선생은 설명한다.

이들 부자가 입을 모아 아쉬워하는 부분은 이처럼 우수한 전통연이 정작 한국인들에게는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생은 “요즘은 연 날릴
장소조차 마땅히 없다”며 한탄했다. “10년 전만해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도 논밭이 있어서 누구나 연을 날리곤 했지. 대보름날에는 지역별로
모여서 연싸움을 하기도 했어. 하늘을 가득 메운 연들이 장관을 이루었지.”

성규 씨 또한 연을 날리는 사람이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줄었다고 말했다. 성규 씨는 “비닐하우스도 철근을 사용하는 요즘에 대나무 같은 연
재료도 구하기 힘들어요”라며, “놀이문화를 잊은 각박한 현대인의 정서가 연이 사라져 가는 결정적 이유”라고 지적했다. 40∼50년 전에는
학교 수업에 민속시간이 있어서 연 만들기가 교과 과정의 하나였다. 하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은 연을 만드는 것은 물론, 연 날리기 경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액자에 갇힌 연 안타깝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연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방패연 하나를 만드는데 2∼3시간이 걸릴 정도로 연 제작은 손길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연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을 습득하는 기간도 최소 4∼5년 이상은 걸린다. 성규 씨는 “생계 수단이 되지 못하는 일을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배우려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돈이 안되지만 가치 있는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성규 씨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파를 위한 정부 차원의 관심을 간절히 원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연은 민족의 정을 끈끈하게 연결하는 민속놀이의 도구였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연을 만들어주고 어머니는 사기를 곱게 갈아 연줄을 질기게
만들어 주셨는데 그 속에서 가족의 유대 관계도 돈독해지죠. 그러나 지금의 연은 한낱 장식품에 불과합니다. 하늘 높이 날지 못하고 벽면에
붙어 있는 연을 만든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성규 씨의 씁쓸한 얼굴에서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이 시대의 일그러진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규 씨의 연은 과거와 꿈을 잃은
현대인의 상실감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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