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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중은 왜 영웅에 열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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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히어로가 영상문화 지배… 암울한 시대, 대리만족의 출구


살림살이는 쪼들리고, 나날이 새롭게 드러나는 정치권의 부정부패는 상상을 초월하고, 밤의 도시는 각종 범죄 괴담들로 가득하고, 일터는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살벌하고, 힘의 논리는 점차 위력적이고, 정의는 죽고, 희망은 없고…. 요즘처럼 살기 힘든 때에 서민들의 유일한 낙은
한 잔의 소주, 그리고 승승장구하는 TV 속 영웅 장금이가 아닐까. 답답한 현실에서 출구를 찾는 서민들의 갈망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영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서장금, 장총찬, 이순신… 영웅 천하

영웅 없는 시대에 영웅이 넘쳐난다. ‘허준’ 이후 국민드라마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얻은 MBC 퓨전사극 ‘대장금’이 한 여인의 신분상승
성공기로 안방을 휘어잡은데 이어, 최근 SBS는 80년대를 대표하는 영웅 장총찬을 되살려 ‘2004 인간시장’을 내놓았다. 경이적
흥행 기록을 세운 영화 ‘실미도’ 또한 역사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서사 원형은 영웅담이다. 강한 생존력으로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의리와 우정을 실천한 후 장렬한 최후를 받아들인다는 기본 구조는 고전 남성영웅 신화의 재현이다.



현재 제작중인 작품들은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해 올해 대중문화는 영웅 천하가 될 전망이다. ‘대장금’ 후속으로 MBC가 5월에 선보일 월·화
드라마는 제목도 ‘영웅시대’. 이환경 작가의 순수 창작물로 70년대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현대 삼성 대우 등 대표 재벌 기업가들의 시련과
영광을 다룰 예정이다. “재벌을 미화시키지 않고 공과 과를 치우침 없이 그리겠다”는 소원영 PD의 말대로라면 단순한 성공 판타지를 넘어설
수도 있지만, 이 작가의 전작 ‘야인시대’ 색깔을 살린다면 전형적인 영웅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SBS는 ‘영웅시대’의 경쟁작으로 민초들의 영웅, ‘장길산’을 내세웠다. 80부 예정의 대하드라마로 조선조 숙종시대 신분체계가 문란해지고
봉건체제가 해체기로 접어들 무렵의 민중사를 그린 황석영의 동명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야인시대’에서 이환경 작가와 호흡을 맞췄던
장형일 PD가 연출을 맡아 과거의 콤비가 경쟁자로 맞붙는다.



KBS는 두 명의 역사적 영웅을 선택했다. ‘불멸의 이순신’과 ‘해신’이 오는 7월과 10월에 방영될 예정. 이순신과 장보고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현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의 모습을 제시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이다.



영웅 열풍은 충무로도 거세다. 남성 판타지를 담은 영웅담이 두 편이나 제작중. 맨손으로 소를 때려잡았다는 극진가라대의 고수 최배달(본명
최영의)의 이야기 ‘바람의 파이터’와 재일 한국인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전설을 재현한 ‘역도산’은 격투기의 달인들에 대한 영화다. 이에
비해 ‘청연’은 한국 최초의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조망, 한국 블록버스트로는 처음으로 여성 영웅담을 시도했다.



역사적 영웅도 스크린에서 부활한다.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 고뇌와 항일 투쟁의 활약상을 담은 ‘도마
안중근’, 만주 벌판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사회주의 혁명가 김산의 일대기를 그린 ‘아리랑’ 등이 제작중이다.


뒤틀린 세상의 도피처

왜 영웅이 범람하나? 한마디로 난세가 영웅을 만들고 있다. 대중문화의 영웅 창조 붐은 정치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다. 홍경호 문학박사는
“세상이 뒤틀리고 살기가 어려울수록 허무맹랑한 성공 이야기나 영웅담을 요구하게 된다”며, “현실적 대안이 없거나 가능성이 희박하다보니
환상적 드라마로 도피하고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다. 로또를 사는 심리와 같다”고 말했다.



개화기에 국난 극복의 영웅들이 역사 전기 소설로 대거 등장했고, 세기말과 홍콩반환에 대한 불안감이 홍콩느와르의 암울한 영웅들을 탄생시켰다.
지구상에서 영웅에 가장 열광하는 나라인 미국은 초강대국이라는 자부심 이면에 서구유럽에 대한 열등의식이 항상 자리잡고 있다.



절정의 인기를 누린 드라마 ‘대장금’을 살펴보면 시대가 요구하는 영웅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 사실 이병훈 PD는 영웅담 전문가다.
이 PD가 자신의 전작들을 스스로 복제한 드라마 ‘대장금’을 기획했을 때 흥행 전망은 불투명했다. 반복되는 이병훈표 성공담이 ‘허준’과
‘상도’에 이어 3연승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같은 스타일 3번째는 망한다’는 방송가의 속설은 ‘성공담은 먹힌다’는 속설에
눌렸다. 세계는 여전히 부조리했고 대중은 영웅의 출현을 기다렸다. 이 PD는 이 시대 대중의 보편적 열망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료분쟁이 절정이던 상황에 참의술을 펼치는 ‘허준’을 내세우고, 기업윤리가 땅에 떨어지고 경제비리가 끊이지 않던 시기에
‘상도’를 방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장금’은 돈과 권력이 성공을 결정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힘없는 서민들의 욕구를 정확히 진맥한
결과물이다.



고용구조의 불안정으로 점차 극심해지는 생존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출세와 성공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몸값 시장에서 인정받고
살아남고 싶다는 현대인의 강박관념은 ‘아침형 인간’ 신드롬이나 자기개발서가 베스트셀러의 과반수를 넘어서는 현실에도 잘 드러난다.


대장금, 출세 판타지의 전형

‘대장금’은 이 같은 서민의 심리를 고스란히 담은 출세 판타지의 전형이다. 어의의 자리에 오르기는 하지만 허준의 진정한 목표는 구체적인
직책이 아니다. 허준의 성공 기준은 휴머니즘의 실천이다. 이에 비해 장금은 처음부터 최고상궁을 목표로 한다. 자신의 기예를 이용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장금의 피나는 노력들은 복수가 결정적 추진력이다. 민중에 대한 희생정신과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허준의 영웅적
면모는 장금에게 거의 찾을 수 없다. 장금의 목표는 이보다 확실히 개인적이고 속물적이다.



‘대장금’은 능력보다 인맥이나 배경이 성공을 결정짓는 세태에 대한 서민들의 좌절감에서 꽃을 핀 드라마다.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출세를 위해 능력보다 인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에 이르렀다. ‘대장금’은 처세술이나 배경, 권력관계 없이 무모한 신념과
재능만으로 성공한다는 환상을 실현시켜준다.



물론, 장금의 복수는 부패한 기득권에 대한 통쾌한 응징이기도 하다. 드라마 ‘대장금’ 팬들의 모임인 ‘애호대장금’ 게시판에 송호준 씨는
“ ‘대장금’은 너무나 정치적인 드라마다. 수구에게 향하는 날카로운 창끝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장금은 말도 안 되는 공방만
해대고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만을 해소시켜주었기 때문에 이 시대의 영웅이 될 수 있었다.



‘2004 인간시장’ 또한 암담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드라마다. ‘2004 인간시장’은 기획의도에 이미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현실에서 드라마는 어떤 얘기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으며, ‘세상 모든 부조리와 맞서는
한 열혈청년을 통해 대다수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년이 지나도
시대는 똑같은 영웅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한 현실이다.


남성신화가 트렌드

올해를 지배할 영웅들은 작년에 이어 남성적 경향이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인간시장’은 폭력으로 정의를 실현한다는 남성 판타지의 결정판.
‘바람의 파이터’나 ‘역도산 ‘ 또한 ‘주먹’에 대한 남성적 환상을 대변한다. 현실에서 남성성의 원형이 희미해져갈수록 대중문화에서
남성성을 과장한 작품들은 늘어나고 있다. 원초적 남성상에 대한 향수와 남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안개처럼 시대를 감싸고 있다는 증거다.



의리와 정의감으로 힘의 세계를 지배하는 남성 판타지는 신화에서부터 꾸준히 반복돼 온 전형적인 영웅상이다. 무협물과 서부극, 홍콩느와르,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냉전시대를 풍미한 ‘007’과 ‘람보’ 등이 모두 남성영웅상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활극이나 폭력물은 억제된
공격욕의 출구이자, 나약하고 비열한 현실을 잊게 해 주는 마약이다. 현실이 몰상식적일수록 남성적 영웅이 간절해지는 법이기도 하다. 법과
질서 또는 여성적 관대함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남성적 폭력이 나서게 되는 것이다.



민족적 영웅의 대거 등장도 특색이다. 김수경 문화평론가는 “월드컵 이후 한국적인 것에 대한 새로운 세대의 관심이 상승세를 탄 결과”라고
해석했다. 민중영웅 찾기는 젊은층 사이에 이슈기도 했다. 같은 선상에서 한국영화의 부흥과 소재의 확장도 민족 영웅 열풍에 한몫 했다.
한국적 영웅 드라마가 헐리우드 영웅주의와 어떤 차별점으로 대중을 사로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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