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개 환자단체 상반기 중 공동 조직체 구성
의료정책결정시 소외됐던 환자들이 힘을 모은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코엠회(혈우병), 가온회(혈관기형환우모임), 암사연(암환자 가족을 사랑하는
시민연대) 등 10여개 환자단체가 상반기 중으로 가칭 ‘한국질환단체 총연합회’라는 공동 조직체를 구성키로 한 것. 한국백혈병환우회 권성기(34)
사무국장은 “그동안 환자들의 권익은 철저히 무시당했다”면서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됐던 각종 환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후에 의료정책결정에
의사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단체 결성 소식에 복지부 긴장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관련, 그 심의·의결 기구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둔다. 이 위원회는 △요양급여의 기준 △요양급여비용 △지역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월별 보험료액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 △건강보험에 관한 주요사항 등을 논의한다. 국민건강보험법은 당연히 환자와 예비환자들의
건강 증진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정작 환자들이 단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한 ‘불구위원회’였다.
의협이나 공급자약사회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시하면서도 환자들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배제됐던 것.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으로 참여연대와 민주노총이
부분 참여를 했다고는 하나 실제로 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동 조직체의 구성은 그 목적에 정당성을 띤다.
그러나 정책결정시 의사반영은 추후의 일이다. 우선 각종 환자들의 실태파악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권 사무국장은 “어떤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어떤 불합리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무런 조사도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환자들의 현 실태에
대한 파악이 먼저 선행돼야 잘못된 정책을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과연 의료시스템이 환자들을 위해 돌아가고 있느냐’고 묻는다.
권 사무국장은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했지만 환자들에게 돌아온 실질적인 혜택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사협회든 약사협회든 환자를 위한다고 표면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자기 이익을 위한 볼모로 이용했을 뿐”이라고도 비판했다.
2000년 의료파업은 환자들을 살리겠다는 명분이었지만 파업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사망했다며 그는 분개했다.
한편, 환자단체들이 한 데 뭉친다는 소식에 보건복지부는 긴장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들에게 산하단체로 등록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단호히 이를 거부하고 있다. 재정적 도움은 있겠지만 산하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 등의 형태를 취하게 되면 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럴 경우 동등한 대화파트너로서 인정받길 원하는 입장에서 모양새가 이상해진다는 생각에서다. 복지부 우산 아래 있으면서 환자들의 고충을
대변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영리민간단체법인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오는 3월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체출범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