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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추억을 빚고 삶을 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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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장흥리 굽이굽이 산골로 들어가면 멋스럽고 편안한 황토집이 시선을 끈다. 나무와 흙, 봄꽃 속에서 자연 그 자체로 보이는 흙집은 어린시절 외가댁 같은 정겨움을 물씬 풍긴다. ‘토우도예(towokorea.com)’라는 작은 간판을 내건 이 집의 주인도 흙집처럼 소박하고도 은은한 향기를 지녔다.
석채, 트임의 독창적 세계 구축
흙의 질감과 손결, 흙벽 사이사이 촘촘히 박힌 통나무가 고스란히 모양을 드러내는 이 흙집은 석채자기 작가 이직과 토우인형 작가 라현수 씨가 직접 만든 작품이다. 부부는 살고 싶은 집을 경치 좋고 공기 좋은 터전에 직접 지었는데, 이 곳은 작업실이자 전시장, 사랑방이기도 하다.
‘토우도예’는 예쁜 집에 이끌려 들어섰다가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는 곳이다. 과묵한 성품이 고집스러운 장인 기질을 느끼게 하는 이씨와 정이 넘치고 아기자기한 취향의 라씨. 작품들이 하도 이들 부부를 꼭 닮아서 진정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석채자기로 유명한 이씨는 샌프란시스코 국제 미술 초대전, 프랑스 국제 미술 교류전 출품, 인도 샹카 국제 미술제 특선, LA국제 미술 창작전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색채와 질감이 정교하게 살아있는 이씨의 자기들은 가히 작품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게 할 만큼 감탄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석채와 트임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독창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석채 자기는 초벌과 재벌을 마친 이후에 색깔 있는 돌가루로 그림을 그리고 다시 굽는 것이다. 트임 자기는 흙을 바르고 굽고를 반복해 표면이 갈라지면서 속살이 드러나는 독특한 효과를 내는 기법이다. “고려시대 청자가, 조선시대 백자가 있다면, 이 시대에는 또 다른 새로운 자기가 창조돼야 한다고 생각 한다”는 이씨는 추구하는 예술세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법을 찾기 위해 7~8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2년여의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는 호랑이 그림의 대접시 ‘월하장백’은 바위의 거친 질감, 시원한 폭포수와 대비되는 부드러운 호랑이 털이 한올한올 만져질 듯 세밀한 것이 압권이다. 호랑이 등에서 입체적으로 반짝이는 돌가루의 느낌도 새롭다. 트임 자기인 ‘질주’는 달리는 말을 거칠게 표현한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불규칙한 트임이 어우러져 멋스럽다. 유선형 물결을 그리며 헤엄치는 잉어와 물에 젖은 낙엽이 가을 감수성을 일깨우는 ‘가을아침’, 종교적 성찰과 깊이를 담고 있는 ‘어람관음’의 색채 감각도 인상적이다.
소탈하고 해학적인 아름다움
이씨의 작품이 화려한 색채와 역동성, 사유와 몽환적 감성을 담고 있다면 라씨의 토우 인형은 생활에 밀착된 정서를 소박하게 표현해 바라보는 사람에게 흐뭇함을 주는 것이 매력이다. 라씨는 국내 유일한 토우도예가다. 흙에 효소를 섞어서 발효시킨 후 빚고 구워 만드는 라씨의 청자인형은 일일이 세밀한 표현을 해내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고 제작 기간만 15일이 넘는 등 공력이 많이 든다. 처음에는 황토 빛을 띤 인형이었지만 최근 청자를 주로 제작하는데 인형에 청자 빛과 문양이 들어간 것이 독특하고 고급스럽다.
라씨의 작품 활동은 남편의 작업을 지켜보다 호기심에서 흙을 만지면서 시작해 20여년에 이른다. 물동이나 새참을 인 여인 등 처음에는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추억하는 인형을 만들었고, 점차 기술도 늘고 소재도 확장돼 낚시하는 아버지, 전통혼례 풍경, 달고나를 즐기는 아이들, 말타기 놀이하는 모습 등 다양한 추억 속 군상들을 창작하게 됐다.
토우 청자들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해학성이다. 저고리 사이로 가슴이 살짝 보이는 일명 ‘찌찌 토우’, 술꾼 남편에게 화를 내는 아내를 재치 있게 묘사한 ‘술꾼과 아내’, 야바위 풍경을 코믹하게 표현한 ‘야바위 부부’ 등 친근한 정서로 웃음을 주는 인형이 대부분이다.
라씨는 또한 꽃차에도 정통하다. 손님에게 손수 재배해 만든 꽃차를 항상 대접한다. 꽃차향에 취하고 작품에 취하니 눈도 즐겁고 코도 입도 즐겁다. 부부는 “유명한 작가가 되기보다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토우공예’는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과 향긋한 꽃차에 젖고, 소소한 이야기로 정을 나누는 부부의 인간미에 흐뭇해지는 쉼터 같은 곳이다. 예술과 생활, 인간과 자연, 낯선 손님과 지인의 경계가 없는 이곳의 존재 자체가 작품이고 위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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