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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농민은 농협의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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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경북 구미 장천농협이 조합원 자진 해산을 결의했다.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농협을 해체하기로 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최근 불거지고 있는 농협개혁요구 배경과 현 농협의 문제 및 해결방안 등을 짚어본다.

장천농협, 조합원 스스로 문 닫아
지난 3월20일 경북 구미 장천농협 2층 회의실에서는 전체 조합원 1,165명 가운데 983명(투표율 84.4%)이 참가, 농협 해산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가 진행됐다. 이 투표에서 투표참가자의 87.6%에 이르는 861명이 농협을 자진해산하자는 쪽에 표를 던졌다. 이로써 장천농협은 지난해 12월27일 거래정지 사태 발생 83일만에 문을 닫게 됐다.

장천농협 사태는 예정된 결과였다. 농민들의 빚은 늘어나는데 농협은 고리의 대출이자를 챙기며 자기 배를 불렸고, 게다가 임직원들은 엄청난 연봉을 챙기는 등 더 이상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니었다.

장천농협의 경우 타 농협의 대출이자가 보통 8%인데 비해 11.5%로 무려 3% 이상이나 높았다. 높은 대출이자로 챙긴 이득은 고스란히 직원들 임금으로 소요됐다. 이익금 15억원 가운데 11억원이 임금으로 지출됐다. 임금은 어마어마했다. 조합장 연봉은 8,000만원이 넘었고, 직원들의 연봉도 평균적으로 4,000만원 이상이었다.

장천농협 한 대의원은 “농협이 농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농민이 농협을 위해 존재하는 머슴”이라고 말하며 분개했다.

농협노조측은 그러나 이러한 농민들의 분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지난 3년 동안 인센티브 등 권리를 포기했는데 농민들의 요구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장천농협은 대출금리 인하, 인건비 삭감 등을 요구하는 조합원들과 이에 난색을 표하는 농협측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해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장천농협은 전국에서 조합원이 스스로 문을 닫게 한 최초의 농협이 됐다.

농협해산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농민이 떠안게 됐다. 인근의 인동·산동농협 등 회원농협들은 분란이 일었던 장천지역 담당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농민들의 농협거래는 현재로선 정지상태다. 모내기를 위해서는 고리의 이자라도 영농자금이나 정책자금을 끌어다 써야 하는데 돈 구할 길이 막막하다.


도미노 농협해산 우려
농협해산의 문제는 비단 장천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 파주 교하농협도 지난 2월26일 오후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고 재적 대의원 66명 가운데 54명이 참석, 47명 찬성으로 해산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해산 및 청산절차를 추진하기 위해서 4월2일 조합원총회를 통해 조합해산에 관한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교하농협 대의원들은 지난해 8월 운정지점 총기 강도 사건과 올 2월 초 와동지점 텔레뱅킹 7억 인출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미곡처리장의 외상거래로 3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키는 등 금융기관으로서의 자질과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또 금융사고로 막대한 피해를 끼치면서도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장천농협처럼 신입 직원 연봉이 3,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지역 농민들은 조합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만약 조합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4월2일 총회에서 교하농협마저 자진해산이라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장천농협에서 시작된 농협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에 불만을 느낀 타 지역 조합원들도 극단적으로 조합해산을 요구하며 농협개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농협, 돈벌이에만 골몰
농협의 문제는 어제오늘 지적돼왔던 게 아니다. 농업개방과 농가부채 누적 등으로 농촌경제는 날로 피폐해지는데 농협은 돈벌이에 혈안이다. 대외 신용사업과 임직원 권익향상에만 골몰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대농민 정책자금과 영농자금 등은 시중은행보다 오히려 높은 금리다. 농자재 공동구입과 생산물 공동출하 등 경제 사업은 나몰라라 한다.

농협중앙회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지도사업의 비중을 각각 7:2:1로 둔다. 신용사업의 비중이 높은 반면 농촌경제, 지도 사업의 비중은 턱없이 낮다.

농협은 지난 1991~2001년 10년 동안 무려 750%의 급성장을 이룩했다. 특히 2000년 7월 축협과 통합하면서 조직은 어마어마하게 비대해졌다. 현재 전국의 단위농협은 1,335곳에 이른다. 지소까지 포함하면 4,012곳으로 면 단위에 1개씩은 농협이 있는 셈이다.

농협의 구조를 보면 지역조합들이 있고 이 조합이 모여서 중앙회를 떠받친다. 중앙회는 따로 지역본부인 시군지부를 두고 있다. 어떤 지역은 100여m 떨어진 곳에 지역조합과 중앙회 소속 시군지부가 함께 있는 곳도 있다. 이 시군지부는 지역조합과 경쟁을 한다. 이게 또 결과적으로는 농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시군지부는 싼 이자와 질좋은 서비스 등으로 지역조합을 압박한다. 이로 인해 지역조합은 살아남기 위해 당장 수익이 생기는 신용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농협끼리 서로 경쟁하며 농촌 경제사업은 뒷전으로 미루는 것이다.


정부 개선대책 농협측 안 그대로
일선 조합의 경제사업 매출액은 지난 4년간 1조7,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금융사업은 20조원이나 증가한 것만 봐도 농협이 얼마나 돈놀이에 혈안이 돼 있는지 알 수 있다. 농업개방 속에서 농협은 무엇보다 농민들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또 그것을 판매하는 데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통망 개선과 공동브랜드 개발 등으로 농업경쟁력을 갖추도록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우리나라에서 농산물은 32조원 어치가 유통됐다. 이 가운데 농협은 산지유통을 통해 47%를 소화했다. 그러나 협동조합 본래 방식인 공동선별, 공동계산을 통한 유통비율은 겨우 5%에 불과하고, 소매시장에서의 유통비율은 5.1%에 그치고 있었다. 농협이 농산물 유통을 장악하지 못하면 자본이 지배하는 대형 할인매장을 통해 저가의 수입농산물이 더 많이 유입되고 이로 인한 우리 농산물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 농협을 바라보며 농협 신·경제사업의 분리, 시군지부 폐지 등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는 뜨겁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시군지부 폐지가 아니라 실적이 저조한 조합을 퇴출시켜 약 500개 수준으로 대대적인 통폐합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신·경제사업 분리도 때가 이르다면서 농협에 한정해 온 정책자금 취급을 일반은행에 단계적으로 개방해 농민들에게 대출이자에 따른 은행선택권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이번 안은 농협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개혁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농민들의 요구보다 농협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고름을 짜내 상처를 치유하기 보다 상처를 가리기 위해 반창고를 붙였다는 느낌이다. 정부가 과연 농촌의 실상과 농협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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