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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대중은 왜 그 책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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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왜 그 책을 선택했을까?




‘서유견문’에서 ‘가시고기’까지, 베스트셀러
100년사에 담긴 사회상











퓨터가
대중화되면서 컴퓨터 관련 도서가 히트했고, 로또 열풍이 불때는 로또 관련 서적이 불티났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새로운 입시제도로 결정됐던 1993년에는
위기철의 ‘반갑다 논리야’ 같은 논리서가 한 해를 휩쓸었다. 권력층의 부정부패가 심해지고 산업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 서적과 서정시집들이 사랑 받기도 했다.

베스트셀러는 시대의 거울이다. 근대적 출판시설을 갖춘 1800년대부터 현재까지 베스트셀러의 역사도 100년을 맞는다. 이 100년간을 따라가보면
당대의 사회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지난 6월 4일부터 9일까지 코엑스 태평양관에서 열린 ‘2003 서울국제도서전-다시 보고 싶은 베스트셀러
100년전’은 베스트셀러를 통해 시대적 정서를 읽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일제 때 가장 많이 출판된 책 ‘족보’


베스트셀러 100년의 역사를 7단계로 구분하면 첫 단계는 1800년대 말에서 1910년이 된다. 이 시기에는 ‘박문국’ ‘광인사’를 시작으로
10여개의 근대적 시설을 갖춘 출판사가 생긴다. 도서평론가 정석희 씨는 “먼저 깬 자는 선잠 자는 이를 깨워야 했기에 근대 출판의 시작은 대부분
애국지심에서 출발한 것이었다”며 “외세 앞에서 민족을 지키려는 저항정신이 역사 관련서와 계몽서적부터 서둘게 했다”고 말한다. 최초의 국한문
혼용 저술로 유길준의 ‘서유견문’이 나오고 최초의 번역소설로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출판됐다.

1910년에서 1945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묶였던 민족의 암흑기다. 이에 대한 반발로 강렬한 민족정신을 노래하는 책들이 쏟아졌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지 않는가’ 이광수의 ‘무정’ 심훈의 ‘상록수’ 등이 그것. 평론가
정 씨는 “일제 때 가장 많이 출판된 것이 ‘족보’였다. 조사의 내력만은 어떻게든 남겨야 했던, 생의 끝에서 밤잠을 설쳤던 35년간이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1945년에서 1961년은 해방과 더불어 45개의 출판사로 시작한 출판 1세대가 등장한 시기다. 유진오의 ‘고난의 90일’ 후지하라 데이의
‘내가 넘은 삼팔선’ 등이 6.25전쟁의 혼란과 아픔을 위로해 주었다. 이때 초유의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굵직굵직한 시대정서
외에 대중의 애환을 다룬 가벼운 읽을거리가 주목받기 시작했음을 알린다. 전쟁 직후의 허무감과 상실감 속에서 생긴 퇴폐주의 풍조를 대학교수 부인의
탈선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자유부인’은 서울대교수 황산덕과 작가 사이에 뜨거운 입씨름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1961년에서 1972년은 4.19와 5.16, 그리고 한일국교 정상화. 총성과 계엄령이 난무한 혼란기였다. 007시리즈와 무협소설, 일본소설
붐이 일며 출판계에도 대중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정 씨는 이것을 “애처로운 여유”라고 표현했다. ‘저 하늘에 슬픔이’라는 소년가장의 처절한
일기와 ‘청춘을 불사르고’ ‘빙점’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광장’ 등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서민의 가난에서부터 이데올로기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다양한 취향이 시대적 혼란을 대변한다.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위)
와 '자유부인'

산업화에 쓰려져간 호스티스, 난장이 딸, 서커스단

1973년부터 1980년대는 ‘별들의 고향’으로 베스트셀러의 기준점이 변한다. 10여만부 내외로 덩치가 다소 커진 것. 유신정권 아래도 경제도약은
눈부셨고 미국 대중문화가 만발한다. 새로운 한글세대 작가군이 소외계층을 신세대적 감수성으로 표현해 주목받았다.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황석영의 ‘객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한수산의 ‘부초’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당대 베스트셀러다.


1981년부터 1990년대는 본격적인 단행본 시대가 도래한다. 명상서적과 서정시집이 유독 많았고, 정비석의 ‘손자병법’ 같은 처세서가 인기몰이에
나선 시기다. 산업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지구 최후의 날’ 같은 종말론적 예언서를 불티나게 팔리게 했다. 또한, 독자들은 정의를 위해 거침없이
싸우는 장총찬 이야기(김홍신의 ‘인간시장’)에 매료됐다. 위축된 소시민을 다독이는 이시형의 ‘배짱으로 삽시다’의 유행으로 제목 혹은 장정만
비슷하게 꾸민 유사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와 이른바 ‘배짱 붐’이 일기도 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자기로부터의 혁명’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서정윤의 ‘홀로서기’ 명상서적과 서정시집들이 불안한 시대적 정서를 위로했다.

1991년부터 2000년은 첨단미디어와 과학의 발달 등으로 다양한 분야의 출판물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실용서와 역서사 등이 인기를 끌었다.
에릭시걸의 ‘닥터스’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 ‘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유흥준의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등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영변 핵사찰 문제로 인해 한반도위기가 고조되었던 시대적 상황의 영향으로, 민족주의적 감정에 호소하는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1996년부터 경기침체로 사회적 분위기가 어두워지고 IMF를 맞으면서 파트리스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
잭 캔필드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김주영의 ‘홍어’ 김정현의 ‘아버지’ 조창인의 ‘가시고기’ 같은 훈훈하고 따뜻한 휴머니즘이
각광받는다.

역사보다 예리하게 대중 정서 담아내












1996년 말부터 IMF 까지는 감원태풍과 연초부터 터진 대기업의 연쇄부도로 1970~80년대의 한반도
경제 역군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하는 일이 흔했다. 이 시기에 출판계 돌풍을 몰고 온 소설이 바로 김정현의 ‘아버지’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40대 후반 중년의 애틋한 가족사랑을 담은 이 소설은, ‘울고 싶을 때 빰을 때려주는’ 신파적 정서와 시대의 우울한 초상으로 아버지의
이미지를 잘 부각시켜 90년대 최대 히트작이 됐다. ‘아버지’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담아 비난을 받았지만, 가부장제가 한국인의 의식 속에
여전히 뿌리박힌 정서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사례가 되기도 했다.

80년대 경제가 호황인 시절에는 출세, 처세, 증권, 부동산 등의 돈벌이와 성공한 자들의 수기들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IMF가 다가오면서
출판가에는 이상한 기류가 흘렀다. ‘가슴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영혼의 닭고기 스프’ ‘선과 악에 관한 35가지 이야기 ‘20대에
해야 할 50가지 이야기’기 같은 감성적인 일화집이 일약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것이다.

정 씨는 “잘살기 위해 정신 없이 달려오다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시대였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으로 국민들의 정서적 충격은 엄청났다.
돈 몇 푼보다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그립기 시작했다. 못 믿을 세상 속에서는 수치가 제시되면 뭔가 정확성이 느껴진다. 그래서 제목 속에
그렇게 숫자들을 넣어야 했는지 모른다. 짝수보다 홀수가 더 예리하게 느껴지는 홀수들을 더 많이 넣은 것 같다”고 분석한다.

88올림픽으로 흥분된 열광의 도가니 속에서 서정시집 열풍이 분 것은 엉뚱해 보인다. 정씨는 그러나 이것 또한 대중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단서라고 말한다. “흥분의 부위기가 더해갈수록 개개인은 이 화려한 잔치의 주전 멤버는 아니라는, 이른바 군중 속의 고독이 잔잔한 서정시집
한 권씩을 집어들게 한 것은 아니겠나. 첨단 산업사회가 우리를 옥죄어올 때면 말없이 산 속으로 들어가 있고 싶고 한적한 개울가 맑은 시냇물
속을 넋 놓고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처럼 베스트셀러에는 시대적 풍속과 정서, 사회상이 온전히 담겨 있다. 당대 대중의 열망과 관심의 척도인 것이다. 정씨는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의 독자들이 만드는 것이지 출판계가 상업적으로 요구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베스트셀러를 폄하하는 시각이 여전히 팽배하다.
베스트셀러는 그 사회의 평균적 지적수준을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에 여기에 돌팔매질을 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못했을 조상들의 역사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며 베스트셀러의 가치가 재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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