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지역별 공공의료 인프라 뿐 아니라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 환자간 의료비 부담이 최대 2.5배 차이가 나는 등 의료비 불평등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공공병원 확충 등 공공의료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책국장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기의 공공의료 진단과 처방 토론회'에서 "공공병원이 비용부담 측면에서도 환자들에게 유리하다"면서 "국립대병원이 없는 지역은 의료 인프라 뿐 아니라 의료비 측면에서도 불평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실련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종합병원급 이상 국립·사립대병원 74곳의 건강보험 보장률(공단의 부담금을 건강보험 환자의 총진료비로 나눈 비율)을 산출한 결과 평균 64.8%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보장률 상위 10개 병원은 화순전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등으로 평균 70.1%로 조사됐다. 상위 10개 병원 중 고신대복음병원과 가톨릭대대전성모병원을 제외한 8곳 모두 국립대병원이었다. 하위 10개 병원은 차의과학대학교강남차병원, 대구가톨릭대칠곡가톨릭병원, 경희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 , 연세대강남세브란스병원 등 모두 사립대 병원으로 평균 56.3%로 조사됐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률이 가장 높은 화순전남대병원(79.2%)과 가장 낮은 차의과대강남차병원(47.5%)과의 차이는 31.7%포인트로 확인됐다. '하위 1위' 차의과대학강남차병원 이용 환자는 총 진료비의 50% 이상을 환자가 부담한 반면, '상위 1위' 화순전남대병원 환자는 총 진료비의 20%만 부담해 의료비 부담은 최대 2.5배 차이가 났다.
남 국장은 "(건강보험 보장률이)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민간 중심 의료체계 내에서 환자들이 직면한 의료비 부담 격차를 해소하려면 공공의료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병원이 적정한 진료비를 받아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이는 공공의료 정책 개선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단순한 공공병원 확충이 아닌 의료취약지 거점 병원 300병상 규모로 신증축, 지역의사·간호사 양성과 배치, 필수 의료 제공에 대한 적정한 수가 인정과 인센티브 제공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공공의료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원은 전체 의료기관 중 10% 가량에 불과하고, 이들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치료하고 있다"며 "공공병원이 부족해 인공호흡기나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장치)치료를 받는 중증 환자의 55% 정도가 중환자실에서 진료를 받지 못했다. 외국에 비해 확진자 수가 적어도 치명률이 낮지 않은 이유"라고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며 "시군구, 지방자치단체가 적자가 날 것이 두려워 (공공병원) 확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지난달 말 이전보다 상당히 진전된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안을 발표했지만, 책임지고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해야할 일보다 할 수 있는 일 중심으로 기술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공의료 강화는 단순한 공공병원 확충이 아닌 체계의 강화여야 한다"며 "(감염병) 위기에 반짝 존재감을 발휘하는 병원이 아니라 평소 환자가 믿고 찾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전체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지역의사 양성 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나 위원장은 "지역의사 양성을 위해 해당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 공공의료 현장 이해와 교육이 연계돼야 한다"면서 "지방의료원을 수련기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인력 정책의 핵심은 모든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균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의료인력의 숫자와 지역별 고른 배치, 균등한 질적 관리, 미래 수요 등이 한꺼번에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공공병원은 1차 의료(필수 의료) 활성화에 굉장히 중요하고 의료 취약지 진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정부는 지방에서 공공병원을 설치하면 공공의료기금을 지원하고, 운영 적자를 감당할 수 있도록 의료수가 산정공식에 병상 수를 넣어 적정한 수가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