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지역에서 한국전쟁 당시 어린이,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조차 빨갱이라고 하여 집단 살해한 사건의 진실이 들어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안병욱, 아래 진실화해위)는 '순창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을 육군본부의『한국전쟁사료(58∼59)』,『공비토벌사(共匪討伐史)』등 사건 관련 자료조사와 생존자, 목격자를 비롯해 당시 참전군인과 경찰 등의 진술조사를 통해 조사한 결과 전라북도 순창지역에서 최소 129명 이상의 민간인이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된 사실을 규명했다.
'순창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은 전북 순창지역에서 1950년 11월부터 1951년 12월까지 국군과 경찰의 공비토벌과 빨치산 거점 제거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된 사건으로 희생자들 가운데 여성을 비롯한 어린이, 장애인 등 노약자가 전체 희생자의 48.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거동이 불편해 가족과 함께 피난을 가지 못하고 마을에 남아 있다가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제11사단과 제8사단 국군과 관할경찰은 순창읍, 팔덕면, 동계면, 복흥면, 쌍치면에서 공비토벌과 빨치산 거점 제거 및 빨치산 협조자 색출을 이유로 수 백여 명의 민간인을 적법한 절차 없이 살해한 것을 밝혀냈다.
전쟁당시 군경의 수복이 늦고 빨치산의 출몰이 잦아 토벌작전이 오랜 기간 지속된 순창읍 쌍치면 일대에서는 각 마을마다 10∼30명씩 광범위하게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951년 3월 쌍치면 탕곡리에서는 국군이 장티푸스를 앓아 피난가지 못하고 집안에 남아 있던 일가족 5명을 사살하거나 움막과 함께 불에 태워 죽인 것으로 밝혀져 잔인성을 들어냈다.
또, 1951년 4월 쌍치면 금성리에서는 14세, 11세, 9세, 7세의 어린 4형제를 포함한 일가족 역시 장티푸스에 걸려 거동을 못해 피난가지 못했는데 토벌작전을 이유로 마을에 진입한 국군이 마을에 남아있던 주민들과 함께 오봉리 곡골, 마을 모시밭 등지로 끌고 가 사살했다.
심지어 군경은 1951년 4월 쌍치면 운암리에서 토벌작전을 피해 마을 인근에 숨어 있던 여성과 어린이들을 무차별 학살하고, 전투성과 보고 및 과시를 위해 희생자들의 귀를 자르는 잔혹성을 보이기도 했다. 생존자 조○○ 씨는 "나는 총을 두발 맞고 쓰러져 있었다. 군인들은 내가 죽은 줄 알고 내 오른쪽 귀를 잘라갔다"라고 진술했다.
또, 순창읍 수복 뒤 군경은 1950년 12월 빨치산을 색출한다는 이유로 순화리, 백산리 등지의 마을 주민들을 연행해 조사한 뒤 이 가운데 수십 명을 '빨치산 협조자'라는 이유로 대동산 아래 하천변과 충신당 막골너머재에서 사살했다.
동계면에서는 1950년 12월 국군이 공비토벌작전을 피해 도망가는 어린이와 임산부를 사살하고, 마을을 수색해 피난을 가지 못하고 남아있던 주민 중 7명을 남산 밑 하천변으로 끌고 가 집단 사살했다.
이외에 팔덕면과 복흥면에서도 국군이 빨치산 협조자를 색출한다며 마을 주민들을 청계리 강천마을 숯거리 골짜기, 담양군 용면 천치재 등지로 끌고 가 집단 사살했다.
진실화해위는 "사건 당시 군경이 빨치산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빨치산에게 협력했다고 의심되는 주민들을 무차별 사살함으로써 작전상의 위험을 제거하고 공비토벌의 전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며 "이에 따라 다수의 민간인들이 희생된 것"으로 판단했다.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당시 사건을 목격한 주민들은 "군경이 수복과정에서 빨치산에 협력한 것으로 의심되는 주민들을 무차별 사살한다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라고 진술했으며, 토벌작전에 참여한 군경 역시 "작전 중에 만난 민간인들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해 사살한 일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희생자는 129명으로 파악됐으나 일가족이 몰살됐거나 유족이 타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와 진실규명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진실화해위는 판단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희생자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이었으며 이 가운데 여성을 비롯한 어린이, 장애인 등 노약자가 전체 희생자의 48.1%에 달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군사요원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이유로 피난을 가지 못하고 마을에 남아 있던 민간인들이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가족 전원을 몰살하거나, 희생자의 귀를 잘라 빨치산 토벌 전과로 보고 과시한 행위는 인도주의에 반한 야만적 행위이며 명백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건 발생 당시가 전시 수복과정의 혼란한 때였다고 하더라도, 군경이 적법한 절차 없이 비무장 무저항 상태의 민간인을 집단 살해한 것은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의 지원 및 군인과 경찰을 대상으로 한 평화인권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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