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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은평구 복지관 ‘명가수’ 이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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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노래강습, 자선공연으로 이웃의 아픔 보듬어

막바지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9일, 녹번동에 위치한 시립은평종합복지관 분소 어르신전용문화센터에 40~50대 중년에서 흰머리 송송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20여 명의 주민들이 열심히 합창하고 있다. “운명이 나를 안고 살았나 내가 운명을 안고 살았나 굽이굽이 살아온 자국마다 다시 바뀔 서러운 내 인생….” 노래 ‘인생’의 가사를 음미하듯 눈을 감고, 손으로 장단을 맞추며 그들은 음악에 심취했다. 강단 앞에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조그만 체구의 한 여성이 노래를 하고있다. 현란한 액션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그녀는 노래교실 강사 이상숙(69) 씨다.


은평구 내 복지관 5곳 봉사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음을 과시하는 이씨는 올해로 6년째 은평구 내 복지관 5곳에서 무료로 노래 강습을 하고 있다. 녹번 어르신전용문화센터만 장소가 작아 20여 명 안팎이지 홍제4동 문화교실 등 다른 곳은 40~50명 정도로 꽤나 규모가 크다. 그나마도 이씨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150명 가량이 모였는데 사정상 간추린 것이다.

“살아온 시대가 비슷하다보니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교감하는 부분이 많아 노래 부르다 함께 눈물 글썽인 적도 많죠. 선생이전에 친구나 언니, 누나, 동생으로 다가가고 싶어요.”

이씨는 마을 단위 부설복지관을 위주로 활동하는데 백화점 문화센터는 고사하고 본 복지관에도 나오기 힘든 시간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열악한 노인들을 위해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손자들을 돌보느라 외출이 힘든 노인들이 쉽게 올 수 있는 곳으로 이씨가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맞벌이 자녀를 둬 손자를 업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미안해서 올까말까 망설이는데 언제든 환영이죠. 아이가 울면 같이 달래면서 모두 즐겁게 노래하는 게 가장 좋은 거잖아요.”


노래로 메마른 정서에 여유를

이씨가 노래교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은평복지관에서 노인문제에 관한 특강을 듣다 특기를 적어내라는 강사의 요청에 ‘노래’라고 쓴 것이 계기가 됐다. 20년 전부터 그저 노래가 좋아 작곡가들에게 레슨을 받고, 꾸준히 악기며 발성 연습을 해 온 터라 실력은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이미 1995년부터 서울과 수도권 복지관, 양로원, 장애인시설 등을 방문하면서 수차례 자선공연을 펼친 ‘가수’였다. “노래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그렇게 적었는데 복지관에서 수업을 맡아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하더라고요. 제 기술을 누군가에게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에요. 당장 좋다고 했죠.”

그렇게 시작한 노래교실은 처음엔 두세 명이었지만 곧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수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인원수가 아니라 그들의 입을 열게 하는 데 있었다. “입을 꽉 다물고 마치 싸우러 온 것처럼 노려보는데 어찌나 당황스럽던지”하며 그때를 회상한 이씨는 “3개월 정도가 지나자 모두들 표정도 밝아지고 열심히 따라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지금은 수업 1시간 전부터 노래 연습을 하고 있을 정도로 열성이 대단하다.

“무표정했던 그들이 이제는 얼마나 잘 웃고 밝아졌는지 몰라요. 이게 다 음악의 힘이죠. 팍팍한 생활로 정서마저 메말라 있던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아준 것 같아 기뻐요.”


“베풀수록 자신이 행복”

1998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 지도위원으로 위촉될 만큼, 또한 각종 노래자랑 심사위원을 지낼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이씨는 지금도 수업하기 전 50번 넘게 연습한다. 가장 최상의 노래를 들려주고 가르쳐주고 싶기 때문이다. “저를 만나는 낙으로 일주일을 견딘다는 분들도 있는데 어찌 대충 할 수 있느냐”며 이유를 설명한 이씨는 트로트에서 발라드, 댄스곡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를 섭렵했다.

“노인들이라고 트로트만 좋아하지 않아요. 김건모의 ‘제비’를 부를 때면 얼마나 신나하는데요. 아이들이 앞에 나와 춤도 추고 완전히 잔치 분위기가 따로 없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정을 나누는 게 행복하다는 이씨는 2002년에 불우청소년을 위한 콘서트를 열어 수익금 전부를 성금으로 기탁할 정도로 적극적인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지금까지 받은 감사장과 표창장을 다 세지 못할 정도인데 특히 1998년 홍제동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목동14단지 부녀회로 활동하면서 많은 일을 했다. 1989년 초대회장을 지내면서 독거노인 네 명과 지체장애인시설 ‘천사의 집’에 지속적인 후원을 한 것은 가장 보람된 일 중 하나다.

“아파트 단지 내 발전도 중요하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좋은 일을 하다보니 주민들 단합도 잘되고 이웃간에 친분도 좋아지더라고요. 베풀수록 자기가 행복하다는 걸 새삼 느꼈죠.”


‘아흔 살 할머니 가수’를 꿈꾼다

이씨는 “욕심 내지 않고 서로 양보하는 따뜻한 사회”를 꿈꾼다. 그리고 그런 바람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하면 가슴 속 응어리가 풀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러다보면 삶이 행복해지고 희망이 생기죠. 제가 노래를 전파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에요. 더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싶어요.”

목소리가 안나올 때까지 계속 활동할 거라는 이씨는 ‘아흔 살 할머니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다고 말한다. 그 나이에도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많은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 때문이다.

이씨는 오는 3월 자신의 첫 음반을 취입한다. 타이틀은 이산가족 상봉을 주제로 한 ‘금강호 봉래호’. “신곡이 잘 돼서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하는 이씨는 “물질적으로도 많이 베풀고 싶다”며 속내를 비쳤다.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은 물론이고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아 생활고로 이산가족이 된 사람 등 모든 아픔을 가진 가족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할 거예요.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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