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사회는 장애인의 권리에 무감각하다. 각종 시설, 규칙, 제도 등은 비장애인들을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사회 전체가 애초부터 장애인을 배제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이 같은 불합리를 깨닫고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삶을 구상하고 개선해왔다. 초보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도 소외계층의 사회 재통합 문제에 눈뜨기 시작했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장애인 사회복지관 ‘애향원’은 그 진보적 대열의 선두에 서서 더불어 사는 사회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사랑은 나를 버리는 아픔 속에서 가능하다”
수박화채 만들기로 즐거운 한때. |
1994년에 설립돼 1996년부터 정식 운영된 ‘애향원’은 기독교이념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재활과 교육, 심신의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복지시설이다. ‘믿음으로 하나 되고, 사랑으로 섬기며, 소망으로 재활하자’가 원훈. 공동체 생활을 통해 상처입고 소외받았던 장애인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체로 행복하게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 ‘애향원’의 근본적 설립 취지다.
산하시설로 장애인 재활시설인 애향원과 장애인 중증요양시설인 임마누엘 집,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임마누엘 직업재활원을 두고 있다. 입소자는 정신지체 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 70명, 중증요양시설 56명, 직업재활시설 35명으로 160명 이상이다.
‘애향원’의 이사장인 김경식 목사는 서울 거여동의 장애인노숙자시설 ‘임마누엘 집’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애향원’을 “무의탁 장애인 형제자매들이 함께 주 안에서 사는 공동체”라고 소개했다.
어린시절부터 소아마비로 장애의 고통을 겪어왔던 김 목사는 “장애인의 아픔을 누구 못지않게 잘 알고 있다”며 “사랑은 나를 버리는 아픔 속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남은 생명을 다 바쳐서라도 이 땅의 장애인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향원’은 사랑을 실천하는 곳이다.
개개인의 전문성 개발
자원봉사원들과 '애향원' 식구들이 물총놀이 삼매경에 빠져 있다. |
‘애향원’의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장애인, 혹은 장애인 복지시설의 편견을 깨고 장애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다수 복지시설이 아직도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고 ‘수용’하는 개념에 머물러 있었다면 ‘애향원’은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애향원’은 장애인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전문성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재활치료와 기술훈련, 사회 적응훈련, 예술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인제 내린천 주변의 천혜의 자연경관과 관광단지를 활용한 수련원도 조성돼 있다. 1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숙박시설과 운동장 등을 갖춘 이 수련원은 봉사활동과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준다. 봉사와 인간적 교류를 일치시키는 ‘애향원’을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재활시설의 박진철 원장은 “장애라는 것은 하나의 개인적 특성일 뿐 비정상적인 것으로 무시하거나 배제해야 하는 문제가 결코 아니며 비장애인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변화가 이루어져야 장애인에게 자기특성에 맞는 삶을 살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사회 구성원인 장애인들, 사회적 불리를 겪는 사람들에게 시혜적 차원의 동정이 아닌 시민적 권리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가족 외면 속, 버려진 장애인 많다”
중증요양시설 입소자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몰입해 있다. |
덧붙여 박 원장은 “애향원이 모범적인 시설로 인정받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시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원과 관심,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에 대한 제도적 개인적 관심이 부족해 ‘애향원’의 경우도 어려움이 많다. 특히 시설이 도시와 떨어져 있다보니 물리치료사나 영양사 같은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난도 심각하다. 박 원장은 “추운 지역이라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계속 난방을 해야 한다. 난방비에 과잉지출이 불가피하다보니 빚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하루에도 교통사고, 산재 등 각종 질병으로 장애인들이 엄청나게 발생한다. 이들 중 일부는 가족이 외면해 갈 곳이 없어 방황하다 하루에도 10여명씩 입소하기 위해 찾아오곤 한다 ‘희망의 집’에도 자리가 없어 다시 거리로 돌아가는 장애인이 한 둘이 아니다”며 소외받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 중증 요양시설의 원장 한용운 장로가 쓴 시 ‘임마누엘 집’ 전문을 인용한다. ‘겨우 내내/ 응달진 임마누엘 집/ 눈물겨운 사연이/ 즐거운 삶이라고 하지만/ 덩그런 조롱 속에 갇혀/ 바라보는 멍한 세상/ 그 누구가 잠자는 겐지/ 기나긴 밤/ 달빛은 명상에 잠들어 있는데/ 아직도 나는 살아 있는 걸까/ 찬바람 속에 날개를 달고/ 높고 드높은 먼 하늘/ 날으고 싶은 꿈도 잊은 채/ 고향 생각/ 집 생각/ 엄마 그리움 어찌해야 합니까/ 뉘 부르는 소리인가/ 들리는 먼 개짓는 소리/ 바람 소리도 그립습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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