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결혼 시즌’이 돌아왔다. 올 가을 웨딩은 상반기 ‘윤달’이 끼어 미뤘던 결혼식이 대거 몰려 웨딩 대란을 방불케 할 전망이다. 통상 9~10월에 집중됐던 결혼시즌도 8월말부터 11월까지 확장됐을 정도다.
내수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밝지 않지만, 웨딩시장 만큼은 예외다. 평생 한 번 뿐인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을 대강해서 헤치울 예비부부들은 거의 없을 테니까.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결혼준비가 업체의 상술로 망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웨딩시장엔 거품이 많은 만큼,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해야 알찬 결혼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반기 웨딩시장 규모만 6조원. 결혼식장은 물론 여행·유통업계 등 웨딩 관련업종이 결혼특수에 한 몫을 잡으려는 기대감으로 분주한 형국이다.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웨딩의 형식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상담직원 입담속아 낭비
최근에는 이런 추세를 반영,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딩컨설팅업체가 각광받고 있다. 전문화된 웨딩플래너가 결혼식 섭외서부터 혼수, 사진촬영, 신혼여행까지 토탈 준비해 준다. 지난해 몇군데 불과했던 웨딩컨설팅업체는 서울 강남과 압구정동 일대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고, 백화점업계도 가세하고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은 고품격 웨딩컨설팅을 지향하고 웨딩상담매장인 ‘웨딩클럽’을 열었다.
웨딩토탈서비스는 편리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준비를 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하지만 자칫 서비스가 떨어질 수 있고, 업체의 상술로 바가지를 쓸 위험이 있다. 컨설팅업체에 제휴된 업체를 통해 모든게 준비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고, 토탈서비스라 시중가보다 싸다고는 하지만 직접 알아보면 더 싸고 좋은 곳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또한, 몇가지 컨셉트를 가지고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천편일률적일 수 있다.
불황에 일단 가계약부터 시키고 보는 업체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구경이나 한번 오라고 했다가 직원의 노련한(?) 입담에 속아 필요치 않은 서비스까지 끼워 계약을 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여러군데 비교해볼 겨를도 없이 진행되고 계획했던 비용보다 초과해 낭비하게 된다.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처음 말했던 것과 달라 억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웨딩촬영 거품 천태만상
지난해 11월 결혼한 김모(29세)씨는 웨딩컨설팅업체에 결혼준비를 대행했는데, 하청업체인 촬영 스튜디오에 돈을 주지 않아 결혼앨범을 받지 못했다. 스튜디오와 컨설팅업체의 이해관계에 엮여 피해를 본 것이다. 정모(31세. 여)씨는 웨딩컨설팅사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앨범제작비 270만원을 지급했는데도 결혼앨범을 받지 못했다. 스튜디오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추가로 110만원을 내야 결혼앨범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황당해 했다.
결혼전문업체 듀오웨드 관계자는 “되도록 믿을 수 있고 인지도가 높은 업체에 맡기는 것이 좋다”면서 “계약전에 사전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내게 맞는 서비스를 최대한 요구하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웨딩매니저들은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발품을 팔아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 준비과정 가운데 거품이 많은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웨딩촬영’이다. 웨딩드레스, 메이크업을 포함한 사진촬영도 한군데서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지역과 동네에 따라서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서울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는 300~400만원을 호가하지만, 지방에선 100~150만원 정도다. 비싼 곳일수록 고품격과 세련미를 강조하는 맛(?)이 있지만, 제작돼 나오는 앨범을 보면 큰 차이를 알 수 없다. 이런 곳들은 경쟁적으로 연예인 부부 웨딩촬영을 샘플로 내걸고, 고객을 유혹한다. 아무래도 일반인들보다 멋지고 화려한 연예인들이 찍는 곳이라면 달라도 뭔가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준비과정에서 ‘최상’을 강조하는 업체의 말만 듣도 이것 저것 하다 보면 비용이 초과되고 만다.
손품, 발품 파는 게 ‘최고’
웨딩사진의 초저가를 지향하는 웨딩스튜디오 ‘킴스레드’ 김정훈 실장은 “대개는 화려한 시설과 상담직원들의 입담에 고객의 맘이 움직이는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디카 촬영으로 배경 등 이미지 연출이 어디든 가능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면서 “웨딩사진은 내부 인테리어보다 예비부들의 사랑이 담긴 표정과 포즈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실장은 또, “연예인이나 전문 모델이 등장하는 앨범만 보지 말고 실제 예비부부들의 웨딩앨범을 보는 게 좋다”고 덧붙인다.
유명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곳은 밀려드는 계약에 전문 포토가 아닌 보조스텝이 대신 촬영하기도 한다. 편집도 틀에 맞춘 듯, 대량 작업을 하게 된다. 가격이 비싼 이유도 일반 제품과 마찬가지다. 엄청난 홍보비와 고액의 임대료, 유지비가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를 선정할 때는 직접 찾아가 조건들을 꼼꼼히 챙겨야 손해가 적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웨딩 밀집지역보다 인터넷 정보를 통해 외곽에 위치한 전문업체를 고려해볼만하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자리한 ‘킴스레드 스튜디오’는 확실한 초저가 가격으로 인터넷을 통한 입소문을 타 알뜰한 예비부부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웨딩드레스와 메이크업, 사진촬영에 앨범제작까지 70~100만원 정도. 서울 강남 일대서 200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까지 하는 비용에 비하면, 과연 남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고객만족은 기본. 촬영된 사진을 앨범 제작전 예비부부들이 미리 고를 수 있고, 원하는 이미지대로 수정해 ‘기쁨 두배’를 안겨준다. 서비스 차원으로 인화하지 않은 사진들은 CD에 담아 준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