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10.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URL복사

많은 이들이 세계화의 급격한 진행을 언급하며 21세기는 드디어 하나의 지구촌이 완성될 시대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지구는 아직도 넓고 인간의 삶의 방식은 여전히 다양하다. 가끔 TV에서는 지금까지도 문명이 전혀 미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말 그대로 '토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릴 때 역사 교과서에서나 읽고 상상하던 원시인들의 삶의 모습이 거기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몇시간만 이동하면 수천년 전의 인간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내가 자주 보는 또다른 성격의 TV 프로그램은 현재 KBS에서 방영중인 <동행>과 같은 민생 다큐멘터리다. 거기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온갖 고된 노동을 다 하지만 언제나 가난하고 언제나 고달픈 지금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슬프고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가 결국엔 어딘가 혹은 누군가에 대해 화가 나곤 한다. 어느날은 문득 유럽의 복지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이같은 한국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혹시 그들은 우리 서민들의 삶을 보며 내가 TV에서 현시대의 토인을 볼 때 가졌던 신기하기까지 한 그 아스라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
냉혹한 시장논리, 무너지는 삶의 존엄
내가 토인들의 원시적 삶에 놀랐듯이 아마 그들은 한국인들의 '시장적' 삶에 놀랄 듯싶다. 화면을 통해 시장의 약자는 낙오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한국의 현실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선조도 저렇게 살았다는 사실에 새삼 경악할 것 같다. 돈이 없으면 자식들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고, 심하게 아플지라도 병원 가길 두려워하며, 살 집 걱정에 늘 불안해하는 한국 서민들의 현재 모습이 그들 눈에는 그저 아득한 옛날 일로 비칠 것이다. 그들 중 동정심 많은 이들은 필경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어떻게 그리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 저렇게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사는데도 왜 저들은 떳떳하지 못하고 언제나 누군가에게 굽실거리고 비굴해야만 하는가! 분명 저들의 잘못이 아니지 않는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울 것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는 하지만 민주주의에 의해 보장되는 자유는 오직 시장에서의 경제적 자유뿐이다. 단지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빈곤과 소외 그리고 공포로부터의 자유, 즉 사회적 자유는 보장돼 있지 않다. 강하고 능력있는 자가 시장의 자유를 만끽하며 돈을 무한정 버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그러나 약하고 능력없는 자가 사회적 시민권을 앞세워 직장, 교육, 의료, 주거 등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고용 여부는 물론 임금 등의 고용조건도 노동시장에서 개별 근로(희망)자와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계약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교육, 의료, 주거 등의 문제 역시 각각 해당 영역의 시장에서 각자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것들이다.
"모든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할지니..."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유고 자율이라 하지만 시장에서의 그것은 사실 강자만이 즐길 수 있는 가치다. 약자는 그저 강자의 시혜만을 바랄 수 있을 뿐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줄곧 신자유주의화의 길을 걷게 됨에 따라 이 강자의 자유는 지속적으로 강화돼왔다. 양극화의 심화와 비정규직 증대 등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폐해는 이미 사회통합의 위기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OECD 국가 중 최악의 수준인 빈부격차는 날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으며, 고용의 질도 갈수록 악화되어 전체 노동자의 과반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빈곤층의 확산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이나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예컨대, GDP 대비 사회적 공공지출은 OECD 평균이 21% 정도이나 한국은 6%를 조금 넘을 뿐이다.
결국 신자유주의화의 심화에 따라 사회경제적 약자가 양산됐으나 그들 대부분은 그저 방치돼왔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나라에서 희망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게다. 지난 십수년간 한국의 자살률 증가 속도는 OECD 국가 중 최고였으며, 2004년과 2005년은 자살율 1위의 국가로 기록됐다. 시장의 낙오자와 절망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빈곤과 소외로 고통받으며, 절망하며, 죽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그들을 돌봐야 마땅할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하염없이 울고만 있다. 지금도 많은 세입자들이 추운 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내몰린 이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없다. 정부는 그저 이러한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야말로 신자유주의 사회의 왜소하고 무책임한 정부일 뿐이다.
어둡고 음습한 시장의 한구석에 망연자실 쭈그려 앉아 있는 저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우리의 시민임을 잊었는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의 이삼년을 군에서 보냈고, 환란 극복에 기여하겠다고 금가락지를 내놓았으며, 월드컵 때는 광화문을 붉게 물들인 이들이 바로 저 사람들 아니던가. 하다못해 소주 한잔을 마시고 담배 한대를 피워물 때마다 꼬박꼬박 세금을 내던 이들도 저들이다. 저들이 있기에 산업화에 성공했고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 귀한 이들을 사회적 시민권을 가진 당당한 시민으로 살게 하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대체 나라는 왜 있으며 정부는 무얼 하는 거냐고 울부짖는 저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정치구조 개혁,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시급한 과제
현 정부는 '우파 신자유주의' 정부이므로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 증대를 더이상 기대하지 말라는 충고도 있다. 그것은 마치 다음 정부에서는 그러한 기대가 가능하다는 말로 들린다. 과연 그러한가? 정권이 바뀌면 분명 지금보다는 나아질 게다. (설마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는 크게 나아지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정부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역할은 집권정당에 의해 수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당들 중 집권 가능한 어느 정당이 사회경제적 약자 보호를 자신의 주 임무로 여기고 오직 그 일에 매진할 수 있겠는가? 지금의 선거제도와 정당구도 하에서는 유력 정당 어디에도 그러한 기대를 걸기 어렵다.
한국의 정당들은 군소정당에 불과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외에는 모두 기본적으로 정책이나 이념적 차이가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 인물 혹은 지역 중심의 선거전문 정당들이다. 지역 기반이 튼튼하거나 대중적 인기가 상당한 인물을 확보하고 있으면 선거정치에서 충분히 유리하다고 믿는 이들 정당들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시장조정기제 마련에 큰 노력을 기울일 인쎈티브가 애초부터 약하다. 결국 지금과 같은 정치구조로는 앞으로도 여전히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이 최소한에 머무르리라는 것이다. 정부 역할의 획기적 강화는 정치개혁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 기존의 정당구도와 선거제도를 확 뜯어고쳐야 시장의 약자 보호를 자기 임무로 여기는 유력한 이념 정당이 출현할 수 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무회의, ‘김건희·채상병특검법’, ‘지역화폐법’ 재의요구안 의결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정부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8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채모 해병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법안이다. 지역화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기존의 '재량'에서 '의무'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들 세 법안에 대해 "반헌법적·위법적 법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달 4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들 세 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4건이 된다. 한 총리는 이날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헌법을 수호하고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유방암 치료 후 빈번한 전이 검사, 생존율 향상에 큰 영향 없어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발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치료 후 빈번한 원격 전이 검사는 전이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빈도 검사는 전이를 더 빨리 발견하는 데 유리하지만, 생존율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맞춤형 추적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문형곤 교수·서울시보라매병원 천종호 교수팀은 한국유방암학회 생존자연구회와 함께 2010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11개 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4,130명의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격 전이 검사 빈도와 생존율 간의 관계를 분석한 후향적 다기관 연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암 중 가장 흔한 암으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전체 여성암 환자의 22.2%를 차지한다. 사망률은 다른 암종에 비해 비교적 낮지만, 유병률이 높아 일차 치료 이후의 관리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원격 전이 검사는 암이 원래 발생한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장기나 조직(뼈, 폐, 간 등)으로 전이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로, 주로 CT, MR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