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계청의 2004년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총인구 중 65세 고령인구의 비율은 8.7%에 이른다.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이래 고령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사회학자들은 평균수명 연장 및 출산율 감소로 인해 오는 2019년에는 이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00%로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선진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둘러싸고 고령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 된지는 이미 오래지만 문제제기만 되풀이될 뿐, 아직 해결점을 찾고 실천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중 노인의료서비스는 고령화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노인의 가장 큰 걱정거리 ‘건강’
건강은 노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이자 근심거리다. 노인인구의 비율이 높은 고령사회에서 의료 정책과 시설, 복지와 서비스는 그만큼 핵심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2년 65세 이상 연령계층은 가장 어려운 점으로 ‘건강 문제’(41.5%)를 꼽았다. 받고 싶은 복지서비스 역시 ‘건강체크’(74.1%)가 가장 높았고, 그 뒤를 ‘간병서비스’(20.7%)가 이었다. 실제 노인의 약 86.7%가 노인성 만성질환자에 속했다. 건강보험 진료비 또한 연평균 20.3%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비해 노인인구의 진료비는 27.9% 증가해 노인의료비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핵가족화로 인한 가족원수 감소와 노인단독 가구의 증가, 그리고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 등으로 가족에 의한 노인의 간병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노인의료서비스의 사회적 확대는 더욱 절박하다. 2000년 65세 이상 노인 중 혼자 사는 1인가구가 16.2%를 차지했다. 젊은 세대의 가족책임의식은 점차감소하고 있어 독거노인의 비율은 증가할 전망이다. 2002년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부모 부양에 대한 견해에서도 ‘가족과 정부사회’가 공동으로 노후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비율이 18.2%를 차지했다.
치료 중심의 제도 넘어서야
이 같은 환경은 노인의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와 시설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재 노인의료서비스는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현재 의료보험제도나 의료부조제도는 치료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요양, 재활, 예방, 생명연장 등의 웰빙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노인의 건강상 특징으로 예방이 치료이상으로 중요하며 요양과 치료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치료중심의 의료제도로는 부족하다.
2000년 한국갤럽연구소의 양한방의 질병별 선호도에 대한 조사에 의하면 중풍 고혈압은 한방이 70.8%, 신경통은 한방이 52.8%, 요통은 39.8%, 감기는 양방이 55.3%, 호흡기질환은 양방이 56.2%의 선호도를 보여 질병에 따라 선호도의 다른 분포를 나타냈다. 이는 종합적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는 양방 한방 대체의학간의 협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까지 생각하는 노인 개개인에 대한 맞춤 건강 서비스와 피부 치아 모발 등의 외적 건강까지 고려하는 의료시설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의 정책 및 시설
이미 노인복지정책에 일찍부터 눈을 뜬 선진국들은 노인의료서비스를 마련해놓고 있다. 독일 연금제도의 특이사항은 노인을 위한 보호기간의 신용제도라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노인에게 일주일에 적어도 10시간 이상의 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연금 각출금을 지불한 것으로 간주한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원영희 박사는 “이 제도의 의의는 보호를 제공하는 노동력을 사회적 차원에서 확보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병역의무와 같이 사회적 의무가 동등하다는 중요성을 일반인에게 심어주는데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노인거주 시설은 최근 종합적인 성격의 ‘알텐첸트럼’이 많이 생기는 추세다. 원 박사는 “독일 쾰른시에 있는 마리 유차크 알텐첸트 럼이라는 노인시설은 양로원, 노인주택시설 요양원, 주간보호시설 등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노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주위환경의 큰 변화 없이 같은 시설 내에서 이동이 가능한 것을 특징으로 하는 연속보호공동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노인에게 다양한 시설보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종류로는 크게 문화 오락서비스를 제공받고 숙박 또한 가능한 노인홈, 몸이 불편한 노인을 대상으로 보호 및 재활서비스를 갖춘 노인보호주택, 주거에서부터 식사, 세탁, 비상의료 등 제반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하우스, 그리고 호텔하우스의 서비스에 사회적 서비스가 추가되는 의료휴양시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영국은 민간단체의 대규모적인 지원이 특색이다. 한성대 황진수 교수는 “영국의 의료대책은 ‘국가 건강 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에 의해 국영으로 하고 있는데 노인의 의료비는 65세 이상이면 무료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노인에게 모든 형태의 도움을 제공하는 서비스 체제를 구축해놓고 있다. 즉 가정보호 가사일 도움, 식사배달, 쇼핑, 운전, 방문, 산책, 미용, 발 치료, 주가노호, 밤 보호 등이 이런 서비스에 포함된다. 현재 스위스 전역에 이 같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노인의료문제의 특성 감안해야
건강은 실버층의 삶의 질에 직결되는 만큼 고령화 시대에 걸맞는 세계적 수준의 노인의료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의료보험 적용은 제외 항목이 많을 뿐만 아니라 병원 치료서비스 이외의 의료복지 서비스에는 보험적용이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특수질환이나 안경, 의치, 보청기 같은 노인 필수 의료보장구의 구입은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보건과 복지 서비스를 통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노인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며 건강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정기적인 건강진단이 전면 확대돼야 하며, 노인의료문제의 특성을 감안한 의료서비스 공급체계 또한 구축돼야 한다. 특히 기존 의료서비스 시스템과 협력적 보완적 관계를 설정해 국내외 의료관련 기관과 시스템적 네트워크를 펼치고 협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별화된 전문적 노인병원이 설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