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가 힘들어진 탓일까. 최근 분양사기, 취업사기, 당첨상술 사기, 금융사기 등 각종 사기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발생하는 사기 범죄만 24만여건을 넘을 정도다. ‘바보처럼 왜 당하지?’라고 생각하지만 교묘하고 정교한 사기꾼들의 수법에 누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 사기꾼들의 난립이 심각해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소비자보호원과 함께 2월을 ‘사기조심의 달’로 정하고 캠페인을 실시했다. 공정위가 최근 다발하는 소비자 사기유형 및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사기 식별요령과 대응방법 등을 제시해 알아본다.
“당신한테만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사기꾼들에겐 그들만의 무언가가 있다? 사기꾼들은 정교한 기술과 나름의 노하우로 사람들을 속인다. 전문적인 마케팅 자료들과 세밀히 연구된 대본은 사기꾼들의 필수. 그들은 친밀한 톤의 목소리와 매력적인 제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다. 까다로운 질문에도 설득력 있는 대답을 구사하고 상대의 반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사기는 공짜 선물이나 도움을 주고 뭔가를 요구하거나 제안을 하는 것이다. 받은 게 있으니 뭔가 보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불편한 심리를 이용해 제안을 수락하게 만든다. 또 어떤 것에 동의하거나 약속하게 해놓고 나중에 최초의 동의사항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제안을 수락하게 한다거나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식으로 몰아붙여 충동구매 내지 충동결정을 내리게 한다. 또 사기꾼들은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거나, 전문가가 보증한다는 말로 유혹을 하기도 한다.
다단계 사기는 과다한 투자수익을 보장한다. 판매상품은 비실용적이고 고가인 경우가 많은데,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구매하도록 요구한다. 상품은 자체의 사용가치보다 다단계 사슬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때문에 판매가입을 위해 취업이나 아르바이트 등 행사를 가장해 사람들을 유인하고 교육과 합숙을 강요하는 게 보통이다. 이럴 땐 먼저 등록 다단계 업체인지 확인하고 취업을 등록을 강요할 때는 과감히 거절하는 게 상책이다.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최근 가짜 당첨을 미끼로 상술을 펴는 사기꾼들이 특히 많다. K모씨는 ‘이벤트에 당첨돼 GPS를 무료로 보내주겠다’는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GPS 위성이용료는 지불해야 한다고 해서 신용카드 번호를 불러줬는데 엄청난 액수의 카드대금이 일시불로 결제된 것. 이처럼 행사에 응모한 적도 없는데 당첨이라고 하거나 상품을 공짜로 준다고 하고는 신용확인을 한다면서 신용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묻고 일방적인 결제를 하는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계약의사가 없다면 신용카드 번호는 절대 알려줘선 안되며 계약서나 약관을 교부받아 꼼꼼히 살피는 노력도 필요하다.
외국에 있는 상속재산을 수령하라?
외국인이 내국인에게 거액의 상속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나이지리아 소재 외국인으로부터 상속재산 100만 달러를 수령하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외국에서의 세금과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먼저 송금하라고 해서 응하고 나니 자금을 받고 나서 잠적해 버렸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선송금 요구는 응하지 말아야 하고 수사기관에 문의해야 한다.
요즘은 금융사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H씨는 인터넷과 일간지,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급전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준다고 유혹하면서 불법 카드할인(카드깡)을 통해 수수료 30%를 챙겨가거나 은행대출 알선 명목으로 선수금을 받아 가로챘다. 금융사기는 신분보안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정확한 실체를 파악할 수 없도록 영업한다. 거래기록을 남기지 않고 영업방식이나 장소도 수시로 바꾼다.
이밖에도 납득할 수 없는 거래조건을 제시하고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요구한다거나 대부업자가 실제와 다른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관계인 인적사항 기재와 카드 비밀번호 등을 알려주지 말고 계약서 등의 관련증빙 처리를 명확히 해야 문제가 없다.
의심 들면, 일단 거절… 전문가 문의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주부 등을 상대로 부업 상술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등에 ‘고수입 보장’, ‘평생근무’, ‘초보가능’, ‘재택근무’ 등으로 유인한 뒤 일감제공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물품구입이나 회비, 보증금을 요구한다. C씨는 생활정보지에 난 ‘월평균 예상소득 100만원’이라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교재와 물품을 사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매달 생길 수익을 생각하면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구입했다. 하지만 일감은 업체가 말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결국 투자비만 날렸다.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관련사기도 늘고 있다. 그 중에 인터넷 쇼핑몰 사기는 대표적이다. 고가 제품을 파격적인 할인가로 판매한다고 광고하는 쇼핑몰이나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쇼핑몰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 쇼핑몰보다 비정상적으로 긴 배송기간(1주일 이상)을 정하거나 게시판 등에 배송 또는 환불지연 불만이 자주 올라온다. 최근에도 유령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해 노트북을 염가판매한다고 광고한 뒤 제품 구매고객들로부터 거액을 송금받아 빼돌린 사건이 있었다.
또 스팸메일을 통해 무료 또는 파격세일, 일확천금으로 유혹한 후 개인정보를 제공받아 도용하거나 공신력있는 업체 이름을 사칭한 메일을 보내 개인정보, 금융정보를 획득한 후 불법 자금인출하는 등 피싱사기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엔 ‘성인인증 무료감상’ 등을 내세운 사기성 음란사이트가 기승을 부린다. S씨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성인사이트를 30일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이벤트를 클릭했다. 성인인증을 위해 주민번호와 휴대폰 번호가 필요하다고 해 입력하고 인증번호를 사이트에 입력하니 2만9,000원이 결제됐다.
사기를 예방하려면 의심이 들 때는 일단 “아니오”라고 거절하는 게 상책. 거절하더라도 나중에라도 수락하면 되니까 일단 한 발 물러선다. 상대가 어떤 제안을 할 때는 상세하고 문서화된 정보를 요구하고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다. 그 다음엔 관련 정보를 더 찾거나 전문가나 관계기관 등에 문의를 한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