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용녀’들의 반란
용화여고 교육청 특별감사 실시
퇴학당한
학생의 구명운동에 앞장섰던 교사를 파면해 물의를 일으켜 왔던 서울시 노원구 용화여고 사태(본지 220호 참조)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파면교사(진웅용 국어담당)는 ‘부당 파면 철회’를 요구하며 학내 천막농성을 시작했으며, 학교를 비난하는 재학생 시위 역시 날로 거세지고
있다. 천막농성 9일 째인 지난 11월20일 초겨울비가 내리는 용화여고를 다시 찾았다.
천막농성
진 씨를 비롯한 대책위 교사들은 보도블럭 위에 마련된 4평 남짓한 천막 안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진웅용 씨는 “천막 안에 있는 생필품들은 학생들과 학부형, 동료교사들이 마련해 준 것”이라며 자랑삼아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고생하느니
여행이나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이 일은 이미 내 손에서 떠나 모두의 일이 되어버렸다”며 “힘은 들더라도 아이들에게 진실은
통하며, 우리사회엔 아직도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꼭 학교에 돌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용녀’ 기습 시위 사건
이어 진씨는 지난 11월15일 토요일에 있었던 1,2학년 학생 800 여명의 기습시위 상황을 녹화한 장면을 보여줬다. 그 날 오전 대강당에서
공연을 관람한 학생들은 공연이 끝날 무렵 휴대폰 문자서비스를 이용해 파면 철회 시위를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일시에 대강당을 빠져나와
현관 앞에 집결한 학생들은 “진 교사에 대한 부당 파면 철회”를 외치며 중앙현관과 복도를 점거하고 교무실과 교장실 진입을 시도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시위는 학생들이 교무실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교감과 행정실장의 고성이 오가는 등 과열 양상까지 보였다. 불상사 발생을
우려한 대책위 교사들의 만류로 학생들을 해산시킬 수 있었지만, 일부 학생들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며 시위를 계속할 것을 주장했다.
진씨는 “교사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발생해 당황했었다”며 “학생들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걱정되고, 미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당시 일촉즉발의 시위 상황만 보더라도 학교 측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용화여고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학생들은 교복 상의에 파면 철회 ‘뺏지’를 달고, 교실 곳곳에 스티커를 붙이면,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교감은
‘학칙’을 들어 학생들이 착용한 뺏지를 손수 빼앗고, 각 교실의 스티커를 떼어낼 것을 교사들에게 종용하는 등 붙이고 떼는 술래잡기가 한창이다.
박 교감은 주머니속의 뺏지들을 보여주며 “교칙에 보면 교복 상의에 이름 표 이외의 뺏지를 착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용화여고 특별 감사 실시
서울시 교육청은 11월20일터 25일까지 전교조와 교육청 교육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용화여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감사는 재무상태를
비롯한 학교 운영에 따른 전반적인 사항이다. 그러나 박 교감은 “이번 특별 감사는 전교조 출신 교육위원들이 진 교사에 대한 징계를 문제삼아
실시하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용화여고는 지난 15년 동안 학생들이 납부해온 등록금을 이월시키는 방법으로 22억원이 넘는 돈을 축적해 왔다. 최근 학교 건물을 신축하는
16억 4000만원을 이 돈으로 지불하기로 해 전교조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감정자제 사태해결 관건
박 교감은 현재 사태에 대해 “전교조가 용화여고를 타겟으로 삼고, 나를 이 학교에서 몰아내려고 한다”며 자신은 약자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박 교감이 성추행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일부 교사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꼈으며, 그 감정의 연장선에서 이번 사태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