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또다시 남미의 벽을 넘지 못하고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유쾌한 도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은 지난 26일 밤 11시(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16강에서 골게터 루이스 수아레스(23·아약스)에게 2골을 허용해 1대2로 분패했다.
그동안 남미는 월드컵에서 한국의 발목을 곧잘 잡았다.
1954스위스월드컵 이후 32년 만의 출전이었던 1986멕시코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에 1대3으로 패했고, 4년 뒤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에 후반 종료직전 결승골을 허용하며 눈물을 흘렸다.
1994미국월드컵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사상 첫 승 제물로 여겨졌던 볼리비아를 상대로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볼리비아전 무승부는 한국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8년 뒤로 미뤄지게 했다.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서 남미팀과 대전하지 않은 한국은 그간 힘을 키우며 어느덧 어깨를 견줄만한 실력을 갖추게 됐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은 그리스에 첫 승리를 거두며 아르헨티나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실력차를 절감하며 승리를 내줘야 했다.
우루과이와 16강에서 맞붙게 된 허정무 감독(55)과 선수들은 “아르헨티나전을 통해 남미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개인기와 스피드에 힘까지 갖춘 ‘작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의 전력은 만만치 않았고, 내심 8강행을 꿈꿨던 한국의 희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 날 한국은 경기 초반 골키퍼 정성룡(25·성남)의 실책성 플레이로 첫 골을 내준 뒤 주도권마저 찾아오지 못했다. 후반 초반 들어 잠시 활기를 띄며 이청용(22·볼턴)의 동점골까지 터졌지만 수아레스에게 쐐기골을 얻어맞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한국이 남미의 벽을 넘지 못하는 첫 번째 요인은 개인기량차로 꼽힌다. 조직력을 앞세운 한국에 비해 남미는 주전 대부분이 출중한 개인기로 무장하고 있다. 수아레스의 두 번째 골 장면에서도 2명의 수비수가 길목을 지키고 있었지만 순간적은 발놀림을 따라 잡지 못했다.
개인전술을 소화할만큼 임기응변에 능한 남미 선수들을 대응하기에는 아직 개인기량차가 있다는 것이 패인으로 분석된다.
또 한가지는 유럽팀에 비해 남미팀과 맞붙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익숙치 않은 상대의 스타일 탓에 의도했던 대로 경기를 풀어가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아르헨티나전 패배를 우루과이에 되갚으려던 허정무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4년 후 월드컵은 남미의 브라질에서 치러지게 된다. 그동안 남미의 벽 앞에서 번번이 눈물을 흘렸던 한국이 남아공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아쉬움을 날려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