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두산그룹 총수 형제 4명이 1995년부터 10년 간 횡령한 회삿돈 규모는 326억 원 가량인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지난 10일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 등 총수 일가 형제 4명을 포함, 두산계열사 전ㆍ현직 대표 14명을 특경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100여 일간 진행해온 수사를 사실상 종료했다.
그러나 검찰은 애초 형사처벌 가능성이 유력했던 박용성 전 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 인프라코어 상무 등 두산 창업 4세대의 경우 단순한 자금관리 역할을 하거나 부친 세대의 지시를 따르기만 했다는 이유로 막판에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 박용만 전 부회장 등 3형제는 협력업체에 외주 공사비를 과다지급한 뒤 그 차액을 되돌려받는 방법 등으로 1995년부터 최근까지 두산산업개발(옛 두산건설)과 위장계열사인 동현엔지니어링 등을 통해 모두 286억 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수사를 통해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1990년대 초반 48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계열사 지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도 확인했으나 특경가법상 횡령죄의 공소시효(10년)가 지나 기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은 또 박용만 전 부회장이 미국 위스콘신주 소재 식물성장촉진제의 제조회사인 뉴트라팍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800억 원 가량의 재산을 국외 도피했다는 진정 내용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두산그룹의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2005년 7월을 기준으로 두산산업개발 7.52%, ㈜두산 18.22%, 두산중공업 0.02%인데도 그룹 경영 전반을 장악해 기업을 총수 일가의 `사금고'인 것처럼 운영해온 실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총수 일가는 회사 자금을 이용해 편법으로 그룹지배권을 확장하고 계열사 CEO는 회사의 이익보다는 총수 일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비윤리적 경영실태도 확인됐다고 검찰이 전했다.
그러나 검찰이 박용성 전 회장이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어서 국익 손실 등을 이유로 불구속 기소키로 하는 등 총수 일가에 대해 모두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 것은 기업인 처벌 전례에 비춰 형평성 시비를 남기게 됐다.
검찰은 비자금 310억 원을 조성한 혐의로 김석원 쌍용양회 명예회장을 구속기소한 바 있으며, 세계태권도연맹과 국기원 등의 공금 38억4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IOC 부위원장이었던 김운용 씨를 구속기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