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소비자보호 취지로 지난해 대폭 손질한 보험설계사 시험제도가 또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설계사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자 보험사들의 신입 설계사 채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즉, 설계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시험제도가 보험사들의 입맛에 맞지 않자 1년여만에 또 바뀐 것.
금감원과 생·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4월 설계사 등록시험이 문제은행 중심으로 운영, 설계사의 자질과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설계사 시험제도를 개선했다. 여기에는 시험관련 교재와 시험문제 형식 변경, 문제은행 관리방식의 변화, 윤리·법규 등이 수정됐다.
이로 인해 설계사 시험의 합격률은 생명보험사의 경우 제도 개선전인 75%에서 68%로 뚝 떨어졌다.
신입 설계사 채용에 빨간불이 켜진 보험사들은 감독당국에 설계사 시험 합격점수를 낮춰 달라고 강력 요구, 올 7월부터 합격점수가 기존 70점에서 60점으로 낮춰 적용되고 있다. 이후 생보설계사 합격률은 8월기준 다시 75%로 상승했으며 손해보험사도 7월 64.4%에서 8월 75.8%까지 올랐다.
하지만 합격률에 따라 시험기준을 바꾸는 것은 당초 목적인 설계사 전문성 제고를 등한시 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전문성 강화로 불완전 판매율을 낮추기 위해 시험 난이도를 높였는데 합격률이 떨어지자 곧바로 합격 커트라인을 내린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시험제도 개선 취지를 살리려면 문제은행 비공개 비율을 높이고, 각 보험사들이 교육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생보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사, 계리사 등 다른 보험자격 시험의 경우 합격선이 대부분 60점"이라며 "다른 시험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조정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손해사정사나 계리사 시험 등은 문제의 난이도가 설계사 시험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고, 답안 형식도 4지선다형을 채택하고 있다. OX 문제, 3지선다형 문제가 상당수 존재하는 설계사 시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감독당국은 이 같은 사실조차 파악치 못하고 있는 실정. 심지어 보험설계사 등록시험이 생·손보협회가 주관하는지 보험개발원에서 주관하는지 조차 헷갈려 하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의 논리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설계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상품과 특성에 따라 모집인 등록자격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매상품의 특성과 복잡성에 따라 차별화된 자격제도를 도입하면 기본 자격을 취득한 후 현장경험을 통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시나브로 상위 단계의 자격요건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지난해 수정된 설계사 시험제도에 설계사 윤리와 법규준수 내용 등이 일부 추가됐으나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미흡한 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