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매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공직선거법상 후보 매수 혐의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끈다.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에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란 문구를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것을 중지하거나 후보자를 사퇴한 데 대한 대가를 목적으로 후보자가 되고자 했던 자나 후보자이었던 자에게 금전·물품·차마·향응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 자 또는 그 이익이나 직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한 자'란 조항에 '선거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를 넣자는 것이 최 의원의 제안이다.
최 의원은 "곽노현 교육감 사건에 적용된 공직선거법의 해당 규정은 '사후매수'라는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죄목을 가진 조항으로서 지금까지 적용된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곽교육감 사건은 금권선거를 방지한다는 미명하에 국가권력이 어떻게 시민사회의 자율적인 정치적 협력관계에 간섭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곽 교육감 사건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곽교육감 사건에서의 금품 수수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일이 없는 것이었다"며 "선거가 이미 지나도 한참이 지난 후 후보단일화의 상대방이 경제적 곤궁에 처하고 사회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을 때 제공한 경제적 부조였다"고 곽 교육감의 의도를 설명했다.
최 의원은 이번 사건을 정치권 내 모든 형태의 연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봤다.
최 의원은 "멀게는 DJP 연합으로부터 가깝게는 지난 총선의 야권연대에 이르기까지 민주적 대표성의 결집은 소수세력들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특히 제2호는 정치적 협력관계의 토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 비용을 인수함으로써 정치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에도 알 수 있듯이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정치인들 간의 상호 연대와 협력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개방성의 징표이며 생산적이고 역동적인 정치"라며 현행법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한편 곽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경쟁했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형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