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임박함에 따라 이건희 회장 부자를 포함한 `핵심 4인'의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작년 10월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 수사를 재개한 검찰은 9개월간 이 회장 부자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이학수 삼성 부회장 등 4명을 제외한 약 30명의 피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남은 조사대상자 4명 중 홍석현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이미 소환을 통보하고 출석날짜를 조율 중이어서 이달 내에 소환 조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크며, 이학수 부회장과 이건희 회장 부자의 조사도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에버랜드 대주주들이 1996년 12월 에버랜드가 발행한 CB 125만4천주를 실권한 데 윗선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데 있다.
당시 제일제당(현 CJ)을 제외한 대주주들은 에버랜드가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고 주식배당도 이뤄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환금성도 없어 투자가치가 적어 실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주주들의 CB 실권이 과연 각 주주회사들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조치였는지, 보이지 않는 최고 윗선의 지시에 의해 결정된 것이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에버랜드 CB 발행과 대주주들의 실권, 재용씨 남매의 CB 헐값 인수 및 주식 전환을 총체적으로 지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닌 삼성그룹 이 회장이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방편으로 에버랜드의 CB를 아들 남매에게 헐값에 배정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규명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작년 10월 이재용씨 남매의 계좌를 추적하는 한편, 12월에는 삼성 계열사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3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바짝 조여왔다.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과 당시 제일제당 대표이사였던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등이 잇따라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남은 조사대상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 이건희 회장 부자 등 4명 선.
CB 배정 때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였던 중앙일보의 홍 회장은 검찰에서 에버랜드 CB 인수 포기의 대가로 이 회장으로부터 1998년 중앙일보 주식 51만9천여주를 무상증여받은 것은 아닌지 조사받게 된다.
또 당시 그룹 비서실 차장이던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선 비서실의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한 조사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