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6일 미납추징금 문제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3조에 달하는 추징금 집행이 이뤄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 대검찰청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002년 법원으로부터 추징금 23조3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99.6%에 해당하는 22조9469억원을 내지 않았다.
이 금액은 고액벌과금 미납액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미납액이 두 번째로 많은 김종은 신동아그룹 회장의 1962억원과도 큰 차이다. 김종은 회장은 1999년 추징금 1964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한국에 머무는 기간 동안 미납추징금과 장남·3남이 대주주와 소유주로 알려진 국내·외 골프장 등과 관련해 전직 임원 및 변호인들과 협의한 뒤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행보는 검찰이 최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미납추징금 완납 약속을 받아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검찰이 지난 6월 제정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이른바 '전두환추징법'을 근거로 전 전 대통령 일가를 수사로 압박한 데 이어 대상을 일반 범죄자에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전두환추징법은 공무원 불법재산 몰수·추징 시효를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추징대상을 제3자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범죄자의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추징금을 집행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장했다.
개정안이 통과되고 불법 자금인 점이 확인되면 김 전 회장 장남인 선엽씨가 대주주로 있는 경기 포천 아도니스골프장과 삼남 선용씨가 소유하고 있는 베트남 번찌골프장 등에 대한 강제 집행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김 전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다만 김 전 회장 측은 아도니스골프장은 대우사태 발생 전 증여세 납부 절차 등을 밟아 취득한 것이고, 번찌골프장 역시 합법적인 절차로 획득한 만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추징금 집행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