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결국 참았던 분노가 터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동통신3사에게 45일에 달하는 영업정지를 실시하려고 하자 전국 3만명 휴대폰 판매·대리점의 모임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그동안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동안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통사업자들에 의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들이 장기 영업 정지로 생존에 위협을 느끼자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4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일 장기 영업 정지는 이동통신 유통 생태계의 몰락과 대량 청년 실업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가 실시하는 장기 영업정지가 오히려 이통사에게는 마케팅비 절약으로 인해 2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늘려줄 것이지만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수천만원의 빚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명학 회장은 "정부가 영업정지를 해봐야 이통사들은 또 그동안 아낀 마케팅비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며 "불법 보조금의 주범인 이통사는 영업정지에 속으로는 웃고 있지만 정부는 이것이 이통사에게 내리는 징계인 줄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휴대폰 판매·대리점주들이 억울해하고 있는 이유는 이번 보조금 대란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장본인이지만 오히려 국민들이나 정부로부터는 이통사와 함께 소비자를 속이는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통3사는 각각 SK텔레콤은 50%, KT는 30%, LG유플러스는 20%의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해 각 대리점에 매 시간 단위로 하루에도 10~20번의 보조금 정책을 내리고 있다.
정부나 소비자들은 이들 대리점이 이통사로부터 내려 받은 보조금 중 일부를 수익으로 가져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대리점주들은 이 보조금은 전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지 본인들은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안 회장은 "과거에는 일부 대리점주가 이윤을 남겼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할부원금이 얼만지 모두 알고 있다"면서 "이윤을 남기다간 하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 재벌, 인터넷 등과 경쟁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매번 이통사에서 나오는 정책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소비자 차별을 하거나 보조금을 적게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유통구조에 대해서도 그동안 대리점주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적극 나서 반대를 하지 못했다.
대리점주들은 100만원의 휴대폰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이통사로부터 채권을 주고 받아오게 돼 있다. 2개월 내에 이 휴대폰을 판매하지 못하면 대리점주들은 은행으로부터 빚을 내서 휴대폰 비를 갚아야 하는 구조다. 만일 장기 영업정지로 인해 휴대폰 재고가 30개만 쌓여도 3000만원의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대리점주들은 이통사에 거대한 빚을 지게 되고 이통사의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터넷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들어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내돈을 들여서라도 휴대폰을 더 싸게 팔아야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그나마 이러한 혼탁한 휴대폰 유통구조의 대안이라고 불리는 '이동통신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또한 국회의원들의 정치적인 기 싸움으로 인해 지난 12월에 이어 올해 2월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고 또 다시 계류하게 됐다.
안 회장은 "단말기 유통구조법이 통과되면 휴대폰 시장이 많이 위축돼 우리들에게 불이익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한 상황임에도 이 법 통과를 찬성하는 것은 지금의 유통구조가 너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시안 적인 장기 영업정지 등의 징계보다는 이통사에 대한 과징금이나 이통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통신비 요금 인하 등의 징계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소상공인의 생계만 위협하는 방통위의 법적 근거 없는 27만원 보조금 규제도 철폐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