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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한국 공포영화의 발자취<세이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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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인간본성과 불확실한 인간관계



영화 <세이 예스>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여행을 떠난 부부 앞에 나타난 정체 불명의 남자 M.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부부의 여행을 방해한다. 부부는 M을
무시하고 그의 협박에 저항하지만,
그럴수록 M의 폭력은 잔인해진다. 이유는 단지 “네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뿐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의 대상이 내가 된다면? <세이 예스>는 이유 없는 폭력의 공포를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다. 한국 스릴러의
개척자 김성홍 감독과 코믹 이미지를 벗고 나선 박중훈의 살인마 연기가 제작 초반부터 기대를 모았다.

행복한 일상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동기 없는 살인, 피를 흥건하게 쏟아내는 잔혹한 장면도 끔찍하지만 <세이 예스>에는 이보다
깊은 공포가 있다. 사랑이라는 신념을 지키려는 의지와 육체적 고통에 나약한 인간 본능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잔혹한
장면은 M이 남편인 정현의 손가락 마디를 꺾으면서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니 여자를 죽이라고 말해”라며 대답을 강요하는 부분이다. 인물에
동화된 관객으로 하여금 ‘차라리 yes라고 말해’라고 부르짖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M과 정현의 사투는 처절하다. 이 장면이 공포를
유발하는 이유는, 극한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암시 때문이다. 우리가 믿고 있는 숭고한 가치나 친밀한 인간관계는 어떤
환경에서도 유효한 것일까? 이런 의심 자체가 현실을 슬프고 두렵게 만든다.

또 한가지,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만, 내가 폭력의 행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더욱 소름끼친다. 연쇄살인마는 M이지만,
정현이 M에게 맞서는 대항과 보복에는 분명 광기가 스며 있다. 정현이 또 다른 M이 된다는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함과 동시에
M이라는 인물의 뿌리도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정현은 모든 것을 잃었고, 자기 내면의 폭력성도 확인했다. 그런 그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것은 오히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설정 자체는 수긍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현이 M으로 동일화되는 상황은 비약으로 보인다.
M이라는 인물이 워낙 인간적 근원이 없기 때문에 정현과 연결이 잘 되지 않는 탓이다.

<세이 예스>의 획을 이루고 있는 이러한 심리적 공포 설정은 충분히 가치 있다. 그러나 사실상 그 획이 영화 전체에서 빛을 발하기는
힘들다. 중간 중간에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존재하는 까닭이다. 불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과장된 애정 표현은 초반부터 관객을 영화에서
한 걸음 물러나게 한다. 특히 M을 맡은 박중훈의 연기는 기대 이하이다. 코믹배우 이미지를 벗지 못해서가 아니다. 어색한 대사와 명확치
않은 캐릭터 때문이다.

M의 폭력이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캐릭터 표현의 미흡함과 관련 있다. 감독은 M에 대해, “더욱 자극적인 공포를 위해 일부러 설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M의 무자비함에 이유가 있을 필요는 없다. 꼭 그가 어떤 인물인지 해설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관객에게
M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연출가도 M이 누군지 몰랐다는데 있다. 캐릭터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심리 묘사는 김성홍 감독의 전작 <손톱>이나 <올가미>보다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헐리우드 액션 스릴러의 관습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기법은 ‘이번에도 역시’ 눈에 띄지 않는다.

스릴러 본연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연출 감각보다 놀람 효과를 유도하는 과장된 음향과 잔혹한 영상이 더 비중 있게 차지하는 점도 아쉽다.


몇 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잔인한 인간 본성과 불확실한 인간관계’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되새길수록 쓴맛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비극적
공포라는 <세이 예스>의 정서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처럼 남는다.




정춘옥 기자 http://www.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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