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경쟁사 CEO가 직접 나와 기자간담회를 하는데 중간에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
유필계 LG유플러스 부사장이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LTE8무한대 요금제 출시 행사에서 SK텔레콤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유 부사장은 "LG유플러스는 3개월 전부터 정부와 함께 연구 검토해서 요금제를 만들었는데 SK텔레콤은 그저께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오늘 오전 갑자기 보도자료를 뿌렸다"면서 "통신업계의 큰형이자 1위 사업자가 3위 사업자인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금제를 베끼는 것은 점잖지 못한 행동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음성과 문자는 물론 데이터까지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LTE8 무한대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3개월 전부터 극비리에 팀을 꾸려 수많은 시뮬레이션과 검증을 거친 끝에 이번 무한 요금제를 만들어냈지만 경쟁사의 '베끼기 구태'로 빛이 바랬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미 15일 전쯤 해당 요금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가지고 왔으나 SK텔레콤은 하루 전에 요금제를 들고 왔다. 현재 법상으로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요금제를 변경할 때 허가를 받아야하고 2,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만 하면된다.
다만 요금을 내리는 것은 인가 사업자라도 신고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1~2시간이면 바로 신고해 해당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자사의 요금제를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원래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 없었던 KT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LTE 무제한 요금제를 들고 나오자 이날 방통위에 요금제 신고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경쟁사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의 같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들고 나온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처사"라면서 "지난해 1월 LG유플러스가 이동통신 3사 최초로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하자, 이날 저녁 KT가 거의 똑같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했던 것과 오버랩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SK텔레콤은 회사의 경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요금제를 단시간에 내놓은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오랫동안 출시를 준비해오다가 경쟁사에게 출시 타이밍을 빼앗긴 것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 역시 LTE 무제한 요금제를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바로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라면서 "다만 경쟁사가 타이밍상 조금 빨랐던 것"이라고 전했다.
KT 관계자 역시 "우리도 LTE 무제한 요금제를 준비해오고 있었던 상태"라면서 "경쟁사가 요금제를 내놓는데 바로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지 않는다면 그 역시도 고객들에게 지적을 받기 때문에 긴밀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베끼기 행태를 막기 위해 창의적인 요금제 개발 한 업체에 대해 금융권의 '신상품 배타적 사용권 심의기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009년 6월부터 회원사 상품의 독창성(40%), 국민경제 기여도(30%), 고객 편익 제공정도(15%), 상품개발에 투입된 인적·물적 자원 투입 정도(15%) 등을 고려해 배타적 사용권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심사 결과에 따라 1개월에서 최대 6개월간 경쟁사들이 베끼지 못하게 하자는 취지로 이 제도가 도입됐따"면서 "결국 요금제 베끼기는 혁신을 가로막아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대안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