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엔저에 힘입어 일본 기업의 이익은 늘었지만 이 같은 효과가 일본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13일 '엔저의 수출 파급효과 제약요인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엔화 절하에도 일본의 수출은 크게 호전되고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금액(엔화 표시)은 전년 대비 9.5% 증가했으나 이는 엔화 절하에 따른 엔화표시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결과로 수출물량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초반부터 2007년까지의 엔화 절하 시기와는 달리 2013년 들어 일본의 수출물량은 주력품목인 기계·기계류(3.8%→-3.9%), 전기기기(4.2%→-2.1%) 등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한은은 이 같은 결과의 원인을 다섯 가지로 분석했다. ▲일본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 부족 ▲일본 기업의 수익을 중시하는 가격전략 ▲엔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 ▲신흥국과의 경합 심화 ▲세계경제와의 연계성 약화 등이다.
먼저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아직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일본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의 수입 수요도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게다가 일본 기업들은 엔저에도 불구하고 현지통화 표시 수출가격을 크게 인하하지 않고 있다. 이번 엔화 절하 시기에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은 14.6%, 명목실효환율은 14.9%나 하락했지만 전체 수출물가는 1.8% 떨어지는 데 그쳤다.
곽준희 국제종합팀 조사역은 "일본 기업들이 과거 엔화 절상기에 악화됐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절하 시기에도 수출가격을 인하하지 않는 가격결정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엔저로 돌아섰는데도 현지 수출가격을 조정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수출부문 이익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그러나 이원기 국제종합팀장은 "기업의 수익성은 높아졌지만 임금을 올리는 등의 노력은 없기 때문에 일본 경제 전체를 살아나게 하는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등 신흥국 수출품의 고급화로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신흥국간의 경합도 이전보다 심화됐다. 중국의 고기술 집약적 상품의 비중은 2000년 30.3%에서 2012년 40.8%로 크게 높아졌다.
곽 조사역은 "세계 경제의 회복이 강화되면 일본의 수출 확대는 일정 부분 지지될 것이고 엔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정착될 경우 일본 수출기업들은 수출 가격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엔저의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지만 엔화 절하폭이 커지면 일본 기업들이 제품단가 인하는 물론 투자 확대, 신제품 개발 등의 전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기업들은 대응전략을 강구하는 등 사전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