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정부가 해외 시장에서 30년 만기 외화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했다.
기획재정부는 4일 오전 미국, 유럽, 아시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억 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30년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10억 달러)과 10년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7억5000만유로, 약 10억달러)을 각각 72.5bp(4.143%)와 57bp(2.164%)의 가산금리 수준에서 발행했다.
정부가 30년 만기 외화표시 외평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외평채의 경우 2005년 발행한 20년물이 최장이었고 민간에서는 가스공사가 2012년 30년물을 발행한 사례가 있다.
해외 시장에서 초장기 외화채권 발행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만기가 장기인 채권의 경우 발행국의 중장기 경제성장과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발행이 어렵다"며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과 중장기 성장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외평채는 발행이 주문 규모와 가격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국가신용등급이 유사한 칠레(2042년 만기, 109bp)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우량 채권인 싱가포르 국부펀드(2042년 만기, 91bp)보다 낮은 금리 수준으로 발행했다"며 "투자자 주문 규모가 발행 규모 대비 약 4.5배(45억 달러)에 달하는 등 높은 관심 속에 최종 가산금리가 22.5bp 하향조정됐다"고 말했다.
외평채는 환율 안정을 목적으로 조성되는 '외국환평형기금' 조달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번 외평채 발행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5억 달러 상당의 물량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민간의 초장기물 외화채권 발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달러화 초장기물 시장과 유로화 시장에서 민간 외화채권 발행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평채 가산금리는 한국계 외화채권의 벤치마크 금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번 저금리 발행으로 민간 해외 차입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