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증권사들의 과감한 '매도 리포트'가 최근들어 크게 줄어들고 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나온 매도 리포트는 총 5건으로 모두 한화투자증권에서 작성한 것이다.
지난 3월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4단계로 구분된 ▲매수(BUY) ▲시장수익률 상회(Outperform) ▲시장수익률(Marketperform) ▲시장수익률 하회(Undaerperform)의 기업 투자의견 등급을 ▲매수(BUY) ▲중립(HOLD) ▲매도(SELL)로 단순화 하면서 중립·매도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업계에서 금기시되는 매도 리포트 발간에 나서자 일부 증권사들도 동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제시한 사례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의 경우 메리츠종금증권이 삼성엔지니어링 및 GS건설에 대해 2건의 매도 보고서를 내놓았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탐방 등을 토대로 종목을 분석하는데 투자자에게 '주식을 팔라'고 권유하면, 해당 기업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중립이라고 쓰고 매도로 읽는다'는 관행이 굳어졌다.
유진투자증권 변준호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기본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살 때가 있으면 팔 때도 있어야 하지만 공식적으로 매도 의견이 없다보니까 이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며 "증권사들도 자유롭게 투자 의견을 제시하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투자의견 하향 보고서가 192개로 상향 보고서 161개를 앞섰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3월26일 LG생활건강, 화신에 대한 기업 분석을 끝으로 매도 리포트 발간을 중단했다. 그후 약 3개월째 매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증권가에 매도 의견을 제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에는 '롱숏 전략'의 급부상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의 박스권 돌파 가능성 점쳐지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져, 매도 보고서에 대한 수요가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널리스트와 기업과의 관계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측면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만 해도 해당 기업과 이미 그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항의를 견딜 수 없어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금 코스피가 지수만 봐서는 연초 대비 하락했지만 작년보다 평균 주가 수준은 높은 상황이며 향후 방향성도 긍정적"이라며 "삼성전자 등 몇몇 종목 위주로 코스피가 오른 것이지 대부분의 기업들의 주가가 작년에 비해 하락해 있어 이 시점에서 '추가 매도'를 권할 만한 종목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안성호 기업분석팀장은 "내부 구조조정으로 퇴직자들이 많아 리서치센터에 인력 변동이 있었을 뿐 방침을 변경하지는 않았다"며 "3월에 매도 리포트를 냈다고 해서 매달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날짜를 정해놓고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이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한 종목들의 실제 주가 향방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리포트가 나온 시점과 지난 13일 종가를 비교했을 때 대우증권(8.09%), 현대미포조선(1.57%), LG생명과학(1.47%) 등은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GS(-10.05%)와 화신(-8%) 등은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