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비통신 계열사 구조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KT는 27일 KT렌탈과 KT캐피탈 매각 추진을 위한 자문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회장이 모기업인 KT의 적자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던 KT렌탈과 KT캐피탈 매각에 나선 것은 사업구조를 ICT(정보통신기술)중심으로 개편해 융합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기존의 의지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황 회장은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자해 ICT 융합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초고속인터넷 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을 기반으로 핵심역량인 유무선 네트워크,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와 스마트 에너지, 보안,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분야를 융합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한 마디로 '융합의 KT'다.
실제로 KT렌탈, KT캐피탈 등 비통신 계열사는 실적만 보면 구조조정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모기업인 KT의 통신사업 부진을 메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KT는 사상 처음으로 3923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도 순이익이 7088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순이익이 1조원 넘게 추락한 것이다.
상당폭의 적자 부담은 계열사의 짭짤한 흑자로 보전했다.
KT캐피탈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보다 31.5% 성장한 1294억원. KT렌탈도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난 324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만 살핀다면 매각이나 구조조정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타당한 선택.
황 회장 체제의 KT는 하지만 '당장의 곶감'보다 '미래를 위한 밭갈기'를 선택했다. 단기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궁극의 경쟁력은 결국 주력사업의 탄탄한 기반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확신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KT가 동원할 수 있는 매각 자산 역시 '내가 아까운 것이어야 남들이 갖고 싶어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선별했다고 읽힌다.
이석채 전 회장이 구축해 놓았단 청사진에서 황창규 회장의 구상과 엇갈리는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작동한 모습이다.
앞서 이석채 전 회장은 '탈(脫)통신'을 기치로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섰다. 취임 전 30개 가량이었던 계열사는 53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덩치만 커졌을 뿐 이익은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 황 회장은 이와 관련, "계열사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구조조정 단행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