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배당 확대 유도정책'을 활용, 소비 촉진을 통한 경기 부양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기업들이 유보금으로 근로소득과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 중"이라며 "가계 부담을 완화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함께 가계소득을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공언했다.
국내 상장 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19개국의 배당성향을 비교·분석한 결과, 한국은 22%로 선진국 평균(49%)은 물론 신흥국 평균(4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의 순이익 중 주주에게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총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배당금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유가증권시장에서 현금배당을 실시한 '12월 결산법인' 440개사의 배당금총액은 11조6232억원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개별 기준 당기순이익 총액은 55조1019억원으로 배당성향은 21.09%로 나타났다.
이처럼 낮은 배당성향은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면 그만큼 증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민간 소비 증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월 한국은행 금융통회워원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기업소득의 가계부문 환류가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 누증으로 순이자소득도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배당도 여전히 미진한 데 그 원인이 있다"며 "임금상승, 가계부채 개선 등은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인데 반해 기업배당을 높이는 방안은 단기적으로도 실행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기업의 사내유보금 등 현금자산이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배당 확대는 가계소득의 확충 및 민간소비의 증대를 가져오고,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투자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거시분석실장은 "우리나라 주가수준에 비해 배당 수익은 매우 낮은 상태"라며 "배당수익률을 높여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규모가 확대되면 사회적으로 분배가 많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기재부는 배당촉진 정책 중 하나로 법인주주 배당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법인주주의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부과할 때 지분 비율에 따라 30%에서 100%까지 공제하고 있다. 이 공제 비율을 높여 기업의 배당 유인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배당주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세제 혜택도 고려 대상이다. 배당주펀드에 대한 배당소득세율(15.4%)을 낮추거나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배당주펀드가 활성화되면 기업의 주가가 배당성향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당 유인도 높아진다.
이 밖에도 정부는 배당을 지나치게 적게 하는 기업에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의 정책 대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거나 추가 고용 여력이 없는 기업의 경우 내부에 유보된 이익을 가급적 많이 배당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당 확대의 수혜가 국내 증시의 투자 비중이 높은 외국인 및 기관투자가 등 고소득층에 편중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40개 상장사의 배당금총액 가운데 외국인배당금 총액은 4조3600억원으로 전체 배당금총액의 37.49%를 차지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배당이 늘어나면 소비 여력이 높아지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일반 개인에게 배당 소득이 들어와야 소비가 늘어날텐데,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에 배당 확대가 소비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5%인만큼 외국인 투자자에게 배당이 떨어지는 비중 역시 높다"라며 "배당을 받는 투자자들은 배당금이 나오는 일정을 미리 반영해 가계 지출 계획을 짜놓기 때문에 소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