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대체부품 성능·품질 인증제를 실시하면 자동차 수리비 인하 및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가 지급한 자동차보험 수리비 중 부품비는 2008년 1조4000억원에서 2009년 1조6000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 1조9000억원 ▲2011년 2조원 ▲2011년 2조1000억원 등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순정부품(OEM) 독과점 체제의 보수용 부품시장, 외제차 시장 확대에 따른 차량고급화 등으로 보험업계가 지급하는 보험금과 부품비가 늘어나자 소비자들의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특히 순정부품의 가격은 비순정부품(Non-OEM)보다 최대 1.83배 비싸다.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수리를 목적으로 대체부품을 사용할 때는 디자인 특허를 적용하지 않는 법규를 시행, 대체부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대체부품 재활용을 통해 환경보호와 비용절감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부품에 대한 디자인권을 설정, 부품교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대체부품 사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국가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대체부품인증제를 도입, 부품비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전체 부품시장의 5%, 스페인의 경우 15%가 비순정부품으로 유통된다.
◇영국, 66개 보험사가 대체부품 인증사 설립
태참(THATCHAM)은 영국의 66개 자동차보험사가 대체부품을 통한 수리비 경감을 위해 1969년에 공동 설립한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태참은 180명 남짓한 직원이 일하는 작은 회사지만 66개 보험사들은 태참을 통해 매년 3억 파운드(5200억원) 이상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참은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부품을 인증하고, 전국 유통망과의 협력을 통해 인증을 받은 부품 제조업체만이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태참은 엔진 등 자동차 안전을 좌우하는 부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체부품을 사용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태참의 주요 인증 대상은 범퍼커버·후드·펜더 등 외장패널, 램프와 앞 패널 등이다.
영국 보험사들은 사고가 난 후 대체부품을 사용하는 보험 가입자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주고 있다. 보험 계약단계에서 대체부품을 사용하겠다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기도 한다.
이안 커티스 태참 제품 평가 서비스 매니저는 "태참 부품인증제도는 고품질의 대체부품을 유통시키고자 한 영국 보험사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이 제도로 영국과 유럽의 정비업계에 고품질의 대체부품이 제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슬리 업햄 태참 마케팅 담당 임원은 "전에는 비순정부품의 질이 좋지 않다고 간주됐었다"며 "태참이 생긴 후 대체부품에 대한 철저한 테스트가 이뤄진다는 것을 홍보했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 전손차량 처리 활성화
스페인의 마프레-세스비맵(Mapfre-Cesvimap)은 스페인 최대 손해보험사인 마프레사가 운영하는 독립 자동차 보험 기술 연구소다.
세비스맵은 유럽연합과 스페인의 자동차 부품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2003년 전손차량 처리센터를 만들었으며, 매년 3500대의 폐차에서 중고부품을 분리해 유통·판매한다. 중고부품을 활용한 재제조부품(remanufactured parts)을 인증, 판매하기도 한다.
스페인은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하는 업체가 10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대체부품 시장이 활성화돼있다.
자동차 부품 재활용 처리 업무를 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정부는 불시에 검사관을 보내 공정을 확인하기도 한다.
업체간 경쟁으로 대체부품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되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스페인 역시 핵심부품을 제외한 소모성 부품에 한해서만 중고·재제조부품을 활용한다.
이그나시오 후아레스 마프레-세스비맵 연구소장은 "세스비맵은 보험사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서 요청하는 것들을 충족해주는 기관"이라며 "전손차량 처리 외에도 연구, 교육, 출판, 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아레스 연구소장은 "재활용 부품 사용 여부는 고객의 동의를 거쳐 이뤄진다"며 "스페인에서는 부품을 재활용하는 것을 대부분 동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