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유통업계가 때이른 추석 준비로 분주하다. 올해 추석은 9월 8일로 1976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빨라 출하량 부족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과·배 등 과일과 고기 등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유통업체들은 바캉스용품 특수를 사실상 포기하고, 일찌감치 추석 모드에 돌입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AK플라자 등 백화점 5사는 예년보다 1~2주 가량 앞당겨 다음달부터 추석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실시한다. 추석 늦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선물 배송에 신선도 유지 특명이 내려졌으며, 물량 확보에도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은 정육·해산물 등 신선제품의 선도 유지에 중점을 둔 배송 시스템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특히 냉장 정육 세트 포장을 강화해 신선도 유지에 전력을 쏟을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른 추석으로 신선식품 중 최고가 상품으로 불리는 '햇자연송이' 출하가 어려울 것이라 판단, 사전 물량 확보를 통해 자연송이 판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송이버섯' 300㎏을 확보한 뒤 자체 첨단 냉동기법을 통해 보관해왔다"며 "자연송이는 식품관 고급 이미지와 차별화에 직결되는 상품으로, 다음달 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추석 선물 예약 할인전'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사과·배 등 과일 공급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지 추가 확보를 위한 발 빠른 대책을 세웠다. 사과의 경우 기존 5개 산지에서 올해 추석에는 4개 산지를 더 확보했으며, 배는 기존 3개 산지에서 현재 6개 산지로 늘렸다. 이와 함께 과일 선물세트와 가격이 비슷한 대체 상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대형마트 역시 갖가지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추석 준비에 만전을 다하고 있다. 이마트는 사전 물량 확보 및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과일의 경우 산지 100% 직거래로 사전에 물량을 확보했으며, 한우도 미트센터에서 6개월 전부터 물량을 비축·생산했다.
롯데마트는 추석 과일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된 산지MD(상품기획자)를 비롯해 신선식품 MD들이 지난 4월부터 전국 산지를 돌아다니며 물량확보에 나섰다.
배의 경우, 예년 추석엔 전남 나주 산지에서 전체 세트 물량 중 70%, 충남 천안에서 30% 준비가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른 추석으로 물량 수급이 어려워 나주보다 더 남쪽인 영암·보성·하동 등의 산지 200여 농가를 추가 확보해 전체 물량 수급에 문제가 없도록 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사과 역시 이른 추석으로 올해 경북 문경·충북 충주 등 유명 사과 산지의 물량이 줄고, 남쪽 산지의 물량도 지난해 대비 30~4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산지 MD를 통해 전북 장수·경남 거창 등의 대농(大農) 10여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추가로 30억원 가량의 사과 물량을 사전 확보했다.
홈쇼핑업체 역시 이른 추석에 따른 편성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다음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석 맞이 상품 편성을 진행할 예정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과일 선물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고 '사과 배 세트' 편성을 전년 대비 25% 가량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에 산지와 계약을 맺었으며 최근에는 매주 2회씩 작황을 체크·물량 공급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과일 수확부터 배송까지 약 2주일 걸리던 공정을 일주일 내외로 단축시켜 단기간에 집중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주방용품의 경우, 명절음식 준비시 필요한 후라이팬·전기그릴·밀폐용기 등을 위주로 편성을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김주홍 현대홈쇼핑 식품 책임MD는 "38년만에 온 이른 추석으로 과일 물량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산지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고품질의 청과 세트를 공급하고, 다양한 건강식품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청과물 외에 양념육·굴비·옥돔, 포도씨유 등 다양한 상품을 방송해 추석 준비 기간 동안 식품 매출을 13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