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정부가 기술금융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기술 등 지식재산권(IP)담보대출을 확대할 경우 대규모 부실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기술금융 활성화를 적극 주문하고 있지만 뛰어난 기술, 나아가 시장성이 검증된 기술을 선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기술을 비롯한 IP 담보 대출의 대규모 부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IP 담보대출이란 기업의 기술 등 지식재산을 평가한 후 이를 담보로 은행권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기술신용평가기관(TCB)으로부터 받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이 대출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력만 갖고 있으면 부동산 등 물적 담보가 없어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을 선별하는 것이 어려운데다 기술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더라도 시장성이 떨어지면 그 기술은 사장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시장성이 낮은 기술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할 경우 이내 부실 대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26일 "정부에서 신용카드 규제를 완화한 후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사고가 벌어졌고, 저축은행 규제를 완화한 후에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터지지 않았느냐"며 "정부가 무리하게 IP 금융 활성화 대책을 추진할 경우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고 은행권을 '보신주의'라고 질타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대부분의 금융권이 울며 겨자먹기로 정부 정책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금융은 고객의 예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은행의 전통적 역할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기술평가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라며 "기술평가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기술신용평가사가 평가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권의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얼마나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느냐"며 "은행권의 보신주의를 질타하며 대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