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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특집]개고기 음식문화 시비거는 서양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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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음식문화 시비거는 서양인들


개소리하는 서양인들 쩔쩔매는 정부



개고기, ‘제2의 문명충돌’인가?



월드컵을 앞두고 터져 나온 서방과 한국의 개고기 신경전


개고기를 둘러싼 서방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 엄밀히 말하면 정부를 제외한 국민들과의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피파의 제프 블라터
회장이 공개 서한을 통해 한국의 개식용문화를 비판한 데 이어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거의 일방적인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우리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다. 프랑스 공영방송의 코미디 프로는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희화해 반한감정을
조장하는 등 서방의 융단폭격이 시작되었다.


“식습관이 바뀌고 있으니 이해해라”

‘도살자’. 미국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한국의 또다른 이름이다. 미국 애완동물보호단체가 한국의 개식용을 두고 도살자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이것은 약과일지도 모르겠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러므로 개를 먹는다는 것은 사람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브리지트 바르도는 한국인을 ‘식인종’에 다름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일련의 모독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도 유독 외교부에서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의 대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은
프랑스 2TV가 22일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왜곡해서 방송한 데 대해 26일 프랑스 2TV 편성국장과 ‘모두 시도해봤다’의 사회자 로랑
뤼키에 앞으로 “한국의 음식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 왜곡된 방송”이라면서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소수”이고 “당국은 동물보호법으로 잔혹한
동물 도축을 금지”하고 있으며, “어린 학생들의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있기 때문에 개 소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이해를 구하는 정도로
대응을 했다. 그것도 한국대사의 이름이 아닌 홍보관의 이름을 빌린 것이었다.

사정은 한국내에서 더하다. 김경임 문화외교국장은 지난 달 29일 “애완견에만 적용돼 온 동물보호법을 식용견에도 적용하도록 개정해 개를 잔혹하게
도살할 경우 최고 구속까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등의 처벌 수위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굴욕적 대응은 외국언론의 한국 개고기 음식문화에 대한 비난에 대해 국내의 반발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에 비추어 두고두고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미 합법이지만 불법이다.

법적으로 개는 축산법상 가축이지만 축산물가공처리법에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식품위생법상 보신탕은 뱀탕 개소주 등과 함께 혐오식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제주군처럼 개의 집단 사육 허가가 가능한 것이지만 합법적인 도축은 불법인 것이다. 또 엄밀히 따지면 전국의
보신탕집은 불법이 된다.

보신탕집 허가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가 있는 것일까? 일반 음식점의 영업허가는 시·군·구청 위생과에서 내주고 있다. 시설이나 건축법 및 관련법상
하자가 없으면 음식점의 허가는 별 무리가 없다. 일단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을 하고 주음식을 보신탕으로 하든 다른 음식으로 하든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단속을 할 수 있는 권한도 크게 없다. 음식점 부근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위생과 직원들이 신분을 밝히고 음식점에
출입하는 것을 자체적으로 금하고 있다. 공직자윤리조항과 관련해 접대 등 오해를 줄이기 위한 방침인 탓이다. 그러면 ‘아무개 보신탕’이라고
적혀 있는 상호를 보고 단속을 하면 될 게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수 있는데 서울시 위생과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현실적으로 불법이라고 단속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실정법상으로는 불법이지만 관습법상으로는 합법인 것이다.


위생적 문제를 선결해야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개식용이 아니라 위생적 문제이다. 어차피 개식용 자체를 금지할 수 없다면 위생적으로 처리하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밀도축 사업장의 수는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 대부분의 밀도축장은 자연녹지나 그린벨트 안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를 도축한 후
피와 창자 등이 아무렇게나 버려지면서 환경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그리고 허가된 사업장이 아니다보니 위생검사를 할 수가 없어 보양식(?)으로
추앙받는 개가 도리어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김홍신 의원 등은 1999년 개식용 합법화를 위해 ‘축산물가공처리법중개정법률안’을 이미 발의한 적이 있으나 처리되지 못했다. 김 의원 등이
축산물가공처리법에 개를 포함시키려 했던 것은 도축에서부터 유통판매까지 모든 것을 위생적으로 처리해 이미 다수의 국민이 먹고 있는 개고기를
위생적으로 처리하도록 하자는 이유였다.

개식용이 합법화되면 정부의 예산도 늘 수 있다. 이미 돼지, 소, 닭에 이어 4번째 유통량을 기록하는 개고기가 정식 식품이 될 경우 유통체계나
상거래 질서가 합법화 되면서 현재 세금 한 푼 안 내고 있는 사업자들로부터 걷을 수 있는 세금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월드컵과
개식용 논란


왜 식약청장도 아니고, 보건복지부 장관도 아닌 문화외교국장이 개도축자에게 중형을 가할 것이라는 대외선언이나 다름없는 쇼맨십성 정책을 발표
한 것일까? 다름아니라 월드컵 때문이다. 정부관계자들은 월드컵 때문에 저자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개식용 논란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월드컵을 160여일 앞둔 지금 다시 불거져 나온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상황과 비슷하다. 1988년 당시 해외동물애호단체가
올림픽 보이콧 운동을 전개하고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주도했던 적이 있다. 정부는 지레 겁을 먹고 부랴부랴 개를 혐오식품으로 지정하고 보신탕집을
뒷골목으로 사라지게 했다. 이번에도 그때의 경우와 틀릴 것이 하나 없다. 1988년의 전례는 개고기를 한 사람이라도 먹는 한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행사를 치를 때마다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독일의 유력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지는 “블라터 회장의 압력은 국제스포츠계의
영향력을 이용해 한국내 수천 개 식당의 메뉴를 일거에 바꾸려는 부당한 처사이며 살아 있는 생선의 회를 뜨는 일본인들이 동물학대를 이유로
고래잡이를 중단하도록 압력받은 일이 없고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푸아그라(살아있는 거위의 간을 인위적으로 10배 이상 부풀려 만든 요리)나
말고기, 달팽이 식습관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치를 중국에게 개식용을 중단하지 않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는 압력을 넣을 자신이 있는가”를 물었다.

국민들의 대응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 개식용에 대해 비판하는 서구를 보고 “당신네는 더 잔인한 요리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는 식의 반발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보면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더 잔인하다 아니다”, “학대다 보호다”의 논쟁은 불필요한 것이다. 생명은
어느 것이나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개건, 거위건 달팽이건 모두 소중한 생명체이고, 그 논리대로라면 모든 사람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개식용 논란은 결국 문화적 상대주의 입장에서 풀어야 될 문제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문화·전통적 문제임을 강조하는 각계의 움직임은 이런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김홍신 의원을 비롯한 정치, 종교,
학계 등 각계 인사들은 ‘개고기 불간섭 100인 선언’을 준비중에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키울 자유가 있다면 먹을 자유도 있다



문화 전문가 주강현이 말하는 개고기와 우리 문화


‘과연 개를 먹어야 하는가?’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개고기 금지 요구’ 서한 이후, 또 다시 불붙은 개고기 논란.
블라터 회장의 행동에 그 저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찌 됐든 서구인들의 개고기에 대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배우로 활동하다 지금은 동물보호가로도 잘 알려진 브리지트 바르도가 한 방송사와의 전화 인터뷰 중,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사건도 있었다. 방송 직후 청취자들은 그녀의 행동이 우리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무례한 행동이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실상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우리의 개 먹는 관습에 대한 시선은 그녀의 행동처럼 너그러운
편이 못된다.

국내에서도 논쟁은 식을 줄 모른다. ‘인간이 개를 물다’라는 식의 서구 언론의 보도를 접하며 서구의 문화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주장과, 한
편에선 문화 보편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며 동물 학대에 대한 전형이라는 비난이 공존하고 있다. 개고기는 과연 야만인가, 고유의 문화적 유산인가?
현재 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연구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주강현(朱剛玄,46) 소장을 만나 개고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개고기 논란은 상징적 코드에 불과하다

개고기 논쟁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우리는 논쟁의 핵심을 벗어나 있다는 말이다. 개고기 얘기가 나와서 먹어야 되느니
먹지 말아야 하느니 말들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개가 아니다. 사태의 본질은 개가 아니라 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화적 가치관의 차이다.
개고기 논란이 불거진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구인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것이다. 개고기
문제는 여기서 접근해야 한다. 개를 먹고 안먹고는 하나의 상징적인 코드다. 문제는 개고기가 아니라 서구의 문화적 제국주의와 우리 고유문화와의
충돌에 있다.

개고기를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과 우리의 그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들은 개를 아끼고 보살펴야 할 애완동물로 보지만, 우리는 오랜 옛날부터
가축으로 봤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인 서구의 개에 대한 과잉 사랑은, 근대 이후 현대에 걸친 유럽 자본주의 사회가 빚어낸 마지막 문화적
양태에 지나지 않는다. 고령화 사회와 독신녀, 이혼녀 등의 증가는 인간소외를 가져왔고, 여기에 개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닌 인간관계의 일부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서구인들이 애완견을 기르기 시작한 것도 귀족들의 사냥견이 효시였다. 서민들은 감히 애완견이라는 발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극히 일부지만 수관(獸關 - 인간과 동물이 관계를 맺는 행위)이라는 형태의 극단적인 경우까지 이르렀다. 이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환경과 역사가 이루어낸 문화적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영국인은 고양이를 끔찍이 아끼지만 우리는 반대로 터부시한다.
이집트의 경우, 고양이는 훌륭한 스테이크 감이다. 도처에 고양이 식당(cat restaurant)이 즐비하다. 동유럽에서도 고양이를 먹는
나라가 많다. 사람들은 이처럼 다른 문화적 환경과 고유한 먹거리에 대해 비난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 민족의 고유한 풍습과 환경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개를 키우는 것이 자유이듯 먹는 것도 자유다.


개고기
속에 감춰진 또 다른 헤게모니


사실 서구의 개고기 반대 주장에는 또 다른 헤게모니가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동물보호협회는 곧잘 우리의 개고기에 대한 반대운동을 벌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이 캠페인을 벌인 때는 재정상태가 어려워진 시기가 많았고, 순진한(?) 미국인들이 한푼 두푼 모금한 후원금은 막대한 양에
이른다. 단순한 시간의 일치일까? 개고기는 우리 육류 소비량 중 돼지, 소, 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먹는 고기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략 18% 정도- 개고기를 금지시켰을 때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 육류
회사다. 외화낭비라는 경제논리는 물론 우리의 고유한 먹거리 시장이 외국자본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안에는 거대 다국적 기업,
애완견 육종·유통 회사, 애완견 수의사, 개먹이 회사 등 수많은 이해단체들이 뒤섞여 있다. 개고기 반대론의 이면에는 동물보호 차원의 논쟁이
아니라 자본의 싸움이라는 음모가 숨어있는 것이다.

지금은 보신탕이나 사철탕, 심지어 멍멍탕이라는 국적 불명의 이름들이 난무하지만, 개고기는 본래 우리 민족이 ‘개장국’이라는 이름으로 즐겨왔던
고유한 먹거리다. 일부에선 중국에서 유입된 것이라는 주장을 들기도 하지만, 신석기 시대의 유적을 발견해 보면 개뼈가 수두룩히 나온다. -이것은
프랑스도 마찬가지- 실제로 중국의 중심인 북경에선 개요리를 즐기지 않는다. 우리에겐 전근대 들어 개고기에 대한 편견이 자리잡으면서 개요리가
점차 사라졌다. -중국은 개요리만 80가지가 넘고, 북한도 13가지나 된다- 호랑이를 신성시하고 두려워했던 우리 민족은 산에 갈 때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호랑이가 즐겨 먹던 것이 개였기 때문이다. 불교적 영향도 크다.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죽어서 개로 화했다는 신화는 불교의 살생금지와
더불어 우리의 조상금기와 융합돼 더욱 개고기를 꺼리게 했다. 지금은 이상하게 보신문화와 연결돼 개고기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앞서 말한
편견들이 없었다면 개고기 요리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졌을 것이다.


떳떳이 양성화 시켜라

우리 정부나 행정당국의 태도도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개고기를 먹는 상황에서 양성화된 도축장을 만들기는 커녕, ‘잔인한 도축은
처벌’한다는 규정을 정해 놓은 것은 앞뒤가 맞지 엉터리다. 나는 지금 우리의 형편이 아프간의 그것과 같다고 본다. 약소국이 지니는 설움이란
얘기다.

중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의 일이다. 외신 기자들은 중국 외무성에 개고기 반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중국 외무성의 답변은 간단했다.
“가소로운 일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저렇게 하겠다가 아니었다. 가소로운 일, 즉 말 같지 않은 소리엔 상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와는 너무도 틀리다. 중국은 개고기 소비에 있어 우리를 크게 앞선다. 개요리를 즐기는 광동성의 인구만 1억3천만 명이고, 광동시 인구만
4천만에 이른다. 개고기가 우리 국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라면, 정부도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양성화해야지, 언제까지 저자세만 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제부터인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온 것 같다. 이젠 육류소비를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육식문화 발달의 원인이
서구 문명과 그들의 기업논리에 의해서였다는 사실이 우스울 뿐이다.


주강현 우리민속문화연구소장은 경희대에서 민속학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모교에서 ‘한국민속학’과 ‘한국미술사상사론’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전문위원, 한국역사민속학회 이사, 해양문화재단 이사를 겸하고 있다.









인터뷰

“한국 식문화 간섭하지 말아야”


외국인의 눈에 비친 개고기 논란


“성숙한 한국사회를
세계에 보여주는 것” 이 말은 차기 년도 월드컵공동위원회 비서관을 통해 나온 말이다. 그는 88올림픽과 내년에 열릴 월드컵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며, 이번 월드컵 행사에서 한국이 안정되고 성숙한 사회임을 세계에 보여주기 원한다고 말했다. 88올림픽 전에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가난하고 황폐한 나라로만 알려졌다. 그때 한국인들은 30년에 거친 경제발전의 결과를 세계에 보여주길
원했다. 이것은 사실이다. 엄청난 속도의 발전이었다. 나는 여기서 그때와 지금이라는 그 비서관의 말이 주목되었다. 이 두 행사는
13년이라는 시간차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 같다.

코리아 헤럴드 11월 12일 자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한국인의 개고기 먹는 관습이 또 다시 화제에 올라와 있다.”

한국인들은 과연 올림픽 이래로 아무것도 알지 못했을까? 올림픽 이후 13년 동안 나라 안팎으로 들려오는 피할 수 없는 화제에
대한 수습을 한 단계도 시도할 수 없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을 명확히 하면 어떨까 싶다.
한국인들 중 개고기를 먹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 어떤 주장도 한국인이 개고기 먹는 관습을 멈추게
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세계인들이 받아 들여야만 한다. 나도 한국에 오기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이후로 개고기를 맛있게 먹어 본
경험이 있다. 내게는 개고기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다루는 과정과 다르지만 않다면 그 어떤 문제도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에 파나마에 있을 때 이구아나(농장에서 키워진)도 먹어본 적이 있다. 내가 이구아나를 먹은 것은
나라마다의 문화적 특징이 있고 그 문화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개고기를 먹고 안 먹고를 떠나 사라져 가는 희귀
야생동물을 인간의 정력증강을 위해 죽이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최고의 이기주의다. 한국이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대화를 유지해 왔듯이, 개고기 논쟁에서도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서로 잃지 않으려면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서양인들도 그들의 생각이나 관습과 다르다고 이상하게는 여길지언정 한국의 풍습을 사실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또한 한국인은 개에
대한 잔혹한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서 성숙한 사회를 주장하는 것을 서양인들이 결코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을 이해해야 한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나? 해결책은 간단하다. 개고기 산업을 양성화 할 수 있는 도살, 포장, 손질,
저장법 등을 표준화하여 소고기, 돼지고기나 닭고기처럼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잔혹한 도축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만일 한 손으로 천천히 개를 때리면서 죽이는 반면에 다른 한 손으로는 성숙한 사회를 주장한다면 이를 변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세계인들에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원한다면 지난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현명해지고 민감해져야 한다. 서구의 국가들은
삶의 질에 대한 자각과 관심의 수준이 매우 높아 동물 다루기에 대한 애정이 환경보호, 소수민족, 여성의 권리, 공공 안녕질서
등과 거의 같은 가치관 수위에 놓여 있을 정도다. 애완동물의 개념도 키우다 남을 주거나 잡아먹는 것이 아니고 끝까지 애정을 나누며
가족의 한 일원으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나는 이번 기회가 한국이 솔선하여 개고기 산업을 합법화 할 수 있는 황금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성숙한 사회의 길이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개들이 고통당하는 사진을 앉은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개고기를 알지 못하며
더 이상 알지 못할 것이라고 희망하기보다는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또한 개고기를 먹는 보신탕 애호가들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
간의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불쌍하게 죽는 창조물의 고통을 정지한다는 입증의 단계다. 그래야 당당히 세계를 향하여
“맛있는 수육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존 그리핀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SC)에서 환경학을 전공하고 미국 산림청 연구원, 파나마 평화봉사단으로 활동했다. 지난
96년 이후 서울시립대 시민대학 초빙교수(월드컵자원봉사자트레인)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 해 한국인 부인과 결혼했다.존 그리핀은
한국인만의 따뜻한 정서에 감동했다며 6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장진원 기자 newsboy@sisa-news.com





서양인曰 왜먹어, 한국인曰 상관마, 견공曰 왈왈왈


한의학으로 짚어보고, 식품영양학적으로 밝힌 개고기


거위 간도 먹고, 양
눈알도 파먹는 유럽인이 ‘개고기 먹지 말라고’ 견성(犬聲)을 지르고 있다. 우리가 인구(人口)로 답할 필요가 있을까?

특정 동물이 인간에게 잡아 먹히느냐, 먹히지 않느냐는 그 동물이 사람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와 죽어서 고기를 공급하는 것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이론이다. 그는 “농경사회에서 소는 농경사회의 중요한 노동제공 수단으로 중시되어서 감히 일반인이
식용할 수 없는 가축이었고, 대신 개가 주요한 육고기의 섭취원이 되어왔다”고 언급했다. 굳이 그의 이론을 빌리지 않아도 개고기를 먹는 것은
기나긴 세월과 우리의 환경 속에서 정착된 조상들의 오랜 풍습이며 문화적 전통이었다.


한민족의 먹거리

우리 민족의 개고기 식용의 역사는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 간다. 김해 회현동 조개무지 등 신석기 유물에서 개의 뼈가 널리 출토되고 있으며,
고구려 안악 3호분(4세기) 벽화에 도살된 개의 모습이 양, 돼지와 함께 그려져 있다. 고구려벽화에 등장하는 개 잡는 장면을 볼 때 최초의
역사적인 근거로 추측할 수 있고, 고려시대에는 구워서 먹는 습속이 유행했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중종31년 김안로가 개고기를 좋아하여 아첨배들이 개고기를 뇌물로 바치고 벼슬을 얻었다고 하는 기록도 있다. 개고기 먹는
것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개식용에 관한 최초 외국으로의 소개는 1847년 프랑스 선교사 “달렌”이
쓴 <조선 교회사> 첫머리에 “조선에서 제일 맛있는 고기는 개고기이다” 라고 쓰여진 부분이다. 이처럼 개의 식용은 역사의 뿌리가
깊을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있다.


신앙 때문에 금기시 하기도

한편으로는 선조들의 생활 속에서 개고기를 금기시 한 적도 있다. 그 근원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인데 두가지로 나뉘어 진다. 첫째는 민간의
산신신앙이다. 예로부터 호랑이는 산신으로 간주되어 왔다. 산신인 호랑이가 즐겨 먹는 것이 개인데, 개를 먹게 되면 호환을 당할까 염려되어서
금기시 한 적도 있었다. 두 번째는 불교 설화의 영향이다. 석가모니의 제자 중 신통제일인 목련존자의 어머니가 아귀도의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을 때, 어머니의 모습을 본 목련존자는 석가모니에게 간청하여 어머니를 개로 환생하게 한 일이 있다. 이 날을 기리려고 우란분재를 베풀고
어머니의 넋을 달래니, 개가 된 어머니가 극락정토에 다시 태어났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불교의 기본 교리를 강조하는 동남아의
소승 불교권에서는 개고기를 금기시하고 있다. 이날은 불교의식에서 ‘우란분절’이라고도 하며 또한 가장 개고기를 즐겨 먹는 백중날이기도 하니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복날과
개고기는 찰떡궁합


복날은 개에게 있어서 생존의 기로에 선 날이다. 말복을 무사히 견디어 낸 개들은 1년 간의 삶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개고기는 왜 복날에
먹을까? 복날에 개를 먹는 이유는 이렇다. 절기상으로는 초복은 하지가 지난 뒤 세 번째 경일이 초복이고, 네번째 경일이 중복이며 입추 후
첫 경일은 말복이 되는데, 그 사이는 모두 10일 간격이다. 경원대 한의학과 이영종 교수에 따르면 “여름은 불인데다가 더위의 절정인 복날은
경일로서 화기가 왕성하면서도 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복날은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이므로 쇠를 보충하기 위해서 개를 먹어야 한다. 개에게는
쇠의 기운이 있는 까닭이다”라고 했다.

또한 개고기를 즐기는 백중날(음력 칠월보름)은 개와 인연이 깊은 날이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 머슴의 생일이자, 두레의 호미씻이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백중날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동네 정자나무 밑에 큰솥을 걸어놓고 개를 잡아 나눠 먹는 것이 우리네의 풍속이었다.


개고기에 관한 한의학적 고찰

개고기는 ‘동의보감’에서도 “성이 따뜻하며 독이 없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ㆍ무릎을
따뜻하게 하며 양도를 일으켜 기력을 증진시킨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도 개고기의 영양성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또 한방의 고전이라고 일컫어지는
‘본초강목’에서는 “개고기는 오장을 평안하게 하고 칠장을 다스리며 혈액순환을 돕고 위를 보하고 양기를 일으킨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무조건 좋을 수 는 없으며, 개고기 또는 금해야 할 경우가 있다. 개고기는 양이 부족하여 허한한
질병을 주로 치료하므로 열성 질환이거나 그 후유증에 복용하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그외에 개고기는 자리공(상륙:商陸), 살구
씨와 함께 먹지 않는다.

우리한의원(www.wooree.com) 김수범 원장은 “고단백질인 개고기는 소화ㆍ흡수가 잘되고, 열을 내, 몸이 차고 소화력이 약한 소음인에게
잘 맞고, 수술 후 체온이 떨어진 환자의 몸을 따뜻하게 하고 상처를 잘 아물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 동맥경화를
앓고 있는 사람이나 소양인 체질에게는 좋지 않다”고 충고했다.


콜레스트롤 걱정하지마

식품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개고기는 수분 76.2%, 단백질 18.5%, 지질 4.1%, 당질 0.4%, 회분 0.8%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칼슘과 철분, 비타민A·B1·B2, 나이아신 등을 함유하고 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되는데, 개고기는 아미노산
조직이 사람과 가장 비슷해서 단백질 흡수율이 높아 병후 회복이나 수술 후,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복용을 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찬물로 씻으면 기름이 엉겨 붙지만 개고기는 그대로 씻겨 나간다. 개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지방함량이 낮을 뿐 아니라,
몸 안에서 잘 굳지 않는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다른 식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지방질을 구성하는 지방구의 크기도 소기름이나 돼지기름에
비해 6분의 1정도여서 개고기를 먹을 때는 비만과 성인병에 원인이 되는 콜레스트롤 걱정을 상대적으로 덜해도 된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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