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이눈앞에서 펼쳐진다
전통을 작품에 담은 <흥겨운 우리놀이>展 열려
아이들이
귀마개와 목도리를 하고도 콧물을 흘리며 얼음판을 누비던 때가 있었다. 못 쓰는 나무를 잘라다가 망치로 두드려 만든 썰매는 가지고 놀 것이
없는 겨울에 아이들이 좋아하던 인기놀이 중 하나였다. 아이나 어른이나 인터넷과 전자 오락에 빠져 있는 요즘, 우리놀이는 어른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이며 아이들에게는 교과서 속의 민속놀이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갤러리 사비나는 사라져가는 한국 전통놀이에 관심을 갖고 내달 2월 8일까지 <흥겨운 우리놀이>전을 연다. 갤러리 사비나 큐레이터 이희정
씨는 “전통놀이를 미술작품으로 보여줌으로써 놀이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 문화에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금은 보기 어려운 ‘산대놀이’, ‘줄타기’, ‘차전놀이’부터 현재까지 남아 있는 ‘닭싸움(인간)’, ‘장기’, ‘연날리기’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총 14점으로 작품의 장르 또한 수묵화, 서양화, 조형물 등으로 다양하다.
전시장에서
민속놀이를 하다?!
<흥겨운 우리놀이>전은 작품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고 역동적이다. 놀이의 흥과 재미를 표현한 작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관람객들을 놀이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소싸움>은 더욱 그러하다. 두 소가 뿔을 서로에게 들이대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이 작품은 현장의 긴장감을 그대로 전한다. 신문지 위에
찰흙으로 역동적인 소의 모습과 흙판을 표현하고 있다. 경상남도에서 성행한 ‘소싸움’은 무릎을 꿇거나 넘어지거나 밀리면 지는 것으로 승패를
정하는 놀이로 알려져 있다.
가축을 이용한 놀이에는 ‘닭싸움’도 있는데 이것은 수탉의 사나운 성질을 이용해 싸움을 붙이는 놀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닭싸움’을 소재로
한 작품이 두 점이나 있다. 김용철의 <두 마리의 수탉-쌈>은 이석조의 <투계>보다 팽팽한 긴장감은 덜하지만 닭벼슬, 깃털에서 수탉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철 작가는 “본디 닭은 일부다처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니, 한 집안의 수탉이 다른 수탉을 만나서 죽기살기로
싸워 물리쳐 자신의 사랑을 지키는 것이 본능이다”라고 닭싸움의 의미를 작품에 적고 있다. 이석조의 <투계>는 한지에 수묵으로 잡아먹을 듯한
입과 퍼덕이는 날개, 날카로운 발톱 등을 표현해 두 닭의 살기를 전해준다.
<굴렁쇠소년>에서는 ‘굴렁쇠놀이’를 소재로 삼고 있다. 곡식이나 술을 운반하기 위해 특별한 기술을 연마하는 데서 유래를 찾는 ‘굴렁쇠놀이’는
88올림픽 때 선보여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놀이다. 깡마른 소년이 바람을 가르며 굴렁쇠를 굴리는 모습이 어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
하다.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민속놀이도 있다. 그 중 하나인 ‘줄타기’는 높이 3미터 가량의 줄 위에서 갖가지 재주를 피우는
놀이로 옛날 사람들도 명절 때나 볼 수 있었다. ‘줄타기’를 보여주는 <안개가 걷히는 마을 뒷동산>은 서양화 기법을 이용했지만 동양적인
느낌이 강하다. 안개를 이용해 여백의 미를 살려 사람의 표정이 아닌 배경으로 놀이의 신기함과 놀라움을 그려내고 있다. 줄타기 고수의 튀어오르는
모습은 관람객들의 조바심을 자아낼 정도다.
이외에도 쥐불놀이에 까맣게 그을린 깡통들을 엮은 <깡통>과 나뭇가지의 꺾임과 사람들의 어깨춤이 조화를 이룬 <오래된 미래>가 눈길을 끈다.
아이들에게는
전통을,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흥겨운 우리놀이>전에서는 전시회의 의의를 더욱 살리기 위한 갤러리 측의 세심한 노력들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작품 옆에 놀이의
유래와 방법, 규칙 등을 자세히 적어 놓은 작은 설명판. 관람객들은 설명을 읽으며 놀이와 작품을 이해하고 있다. 또 하나는 참여할 수 놀이가
있다는 점이다. 장기를 소재로 한 <초한지>는 특별히 두 점을 제작해 관객들이 직접 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유난히도 이번 전시회에는 아이들의 발길이 잦다. 친구 또는 부모와 함께 전시회에 온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자치기>앞에서 아이들은 부모들에게
“자치기가 뭐예요? 어떻게 하는 건데요?”등 끊이지 않고 질문을 한다. 큐레이터 이희정 씨는 전시회가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원인을 교육적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민속놀이를 미술작품으로 만난 아이들의 기억에 우리놀이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부모와 아이들간의 공통적인 화제를 찾기 어려운 요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시회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에게는 전통을 알 수 있는,
어른들에게는 옛 시절의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문의: 02)736-4371
인 터 뷰 |
“우리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김성래 작가는 현재 목암 미술관 대표이자 2002년 부산비엔날레 부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흥겨운 놀?gt;전에 참가한 - |
이혜선 기자 hyes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