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기준 금리를 연 2.00%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2.00% 수준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영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0%로 내린 바 있다. 통화정책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비·투자 등 실물경제 상황을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는 최소한 6개월 이상은 필요한 만큼 가계,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한은은 현재의 기준금리가 유로존의 장기침체, 엔저 등 외부 악재 속에서 한국 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15일 기준금리 인하 직후 기자들을 만나 "기준 금리 인하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니까 분명히 그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경제 전문가들도 아직은 기준금리에 손댈 때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난번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진단하려면 1분기 이상은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소비나 대출 등에서 제한적인 효과만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선태 KB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엔화 약세로 인해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하면 내년 상반기께 기준 금리를 인하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한은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시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통화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경기 회복'은 물론 '금융 안정'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대출 규제 완화 이후 가계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갑작스런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대출부실도 확대되면서 금융, 나아가 경제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추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본 유출입 동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 추세는 상당한 우려를 낳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과거처럼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어그러졌다.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은 지난 10월 무려 6조9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기준금리를 더 낮출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희정 경제동향분석 실장은 "일본의 양적완화에만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편다면 그에 대한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금리 정책은 양적완화에 대한 대응 뿐 아니라 가계부채 상환부담이나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일본 등의 통화정책, 주요 변수로 작용
미국와 일본의 통화정책 등 외부 변수가 우리의 통화정책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금리를 조기에 정상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세계 금융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이는 한은의 통화정책 운영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한·미 양국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며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시화할 경우 '거시경제 3종 세트'를 선제적으로 손질하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지나친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이 제도를 뜯어고쳐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일본은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하고,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엔화는 계속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화가치 하락은 한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에 따른 엔저 피해가 국내 수출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장은 "일본의 양적완화가 국내 기업 실적에 영향을 주는 시차가 3~6개월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부터 실물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선태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준금리를 2%까지 내렸지만 아직까지 (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여력은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며 "엔화 약세 여파로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한은이 내년 상반기중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 상황에만 매달리자보면 정작 국내 경제 상황을 도외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문박 선임연구원은 "엔화 약세 등 대외적인 요건에 바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내부 환경을 확인하는 게 맞다"며 "우선 내수 경기가 살아나는지, 민간소비와 대출증가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