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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삶을 담는 그릇, 허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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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 만든 그릇이 있다. 옛날에는 최대강우량 지역이면서도 물이 부족했던 제주.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화산회토 지형이어서 비가 오면 물이 땅으로 빠져 해안가에서 물이 솟아나기 때문에 물을 길러 해안가 용천수나 봉천수가 있는 곳까지 가야만 했다. 자연히 물을 가득 담은 채 넘치지 않고 운반하기 위한 그릇도 필요했는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배는 부르고 목은 좁은 허벅이다.
이처럼 그릇에는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8월15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허벅과 제주질그릇’전에는 제주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다.
생명수 담는 허벅
허벅은 물을 긷고 다녔던 물 운반용구이다. 배는 부르고 목은 좁으며 ‘물구덕’이라는 대오리(대나무)로 만든 구덕에 넣고 등에 지고 다녔다. 상수도시설이 없던 시절에 제주도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그릇’이었다. 제주 사람들에게 물을 운반하는 허벅은 생명수를 담고 다녔던 것으로 그 만큼 의미가 컸다.
이렇게 특수한 생활용기가 만들어지고, 물을 가까이에서 구할 수 없어서 멀리 길러 다니며 물 운반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등짐운반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지질, 풍토, 기후 등 발생배경에 대한 제주도의 자연 인문환경이 문헌과 지도를 통해 볼 수 있다.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의 ‘남환박물’, 김정(金淨, 1486-1521)의 ‘제주풍토록’, 이원조(李源祚, 1792-1871)의 ‘탐라지초본’ 등에는 물을 운반하던 시대적 변천 모습을 자세히 전하고 있다.
또한 ‘탐라지도병서’, ‘제주도도’, ‘제주십경도’ 등의 지도는 마을 구성의 중요한 요소로 차지했던 물, 그래서 물이 있는 해안가 용천대를 따라 환처럼 촌락이 형성돼 있고 한라산에서 이어지는 내천과 땔감을 풍부하게 구할 수 있는 곶자왈(숲), 조형성을 이루는 무의식적 미감인 수많은 오름 등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장인의 손끝에서 살아나는 조형미
‘좁으면서 배부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허벅을 만드는 장인들 사이에 중요시됐던 문구는 허벅의 조형성을 잘 대변해 준다. 그릇을 생산하는 장인들의 가운데서도 이 허벅을 만들 수 있어야 대장이다. 건애꾼(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은 토림막개로 질흙을 때리고 물레대장은 왼손에 조막, 오른손에 수레착을 잡고 질흙을 두들겨댄다. 이렇게 때리는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그릇이 만들어진다.
제주질그릇의 대명사라 할 만큼 크기와 종류 또한 다양하다. 크기가 가장 컸던 바릇허벅, 성인들이 지고 다녔던 허벅, 15~16세의 소녀들이 물 길러 다닐 때 사용했던 대바지(대배기), 그리고 어린아이용인 애기대배기가 있다. 부리의 높고 낮음, 넓고 좁음의 차이에 따라 생김새와 기능이 달랐으며 부르는 이름도 등덜기, 방춘이, 능생이 등으로 세분화됐다.
한 굴(가마)치를 다 만들고 구우면 줄 고르기를 한 후에 등짐으로, 이곳저곳에 팔러 다녔다. 한 줄에 해당하는 그릇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웃통개, 알통개, 허벅, 망대기, 개장태, 소능생이, 대바지, 셋째비장태, 애기대배기, 합단지, 조막단지, 독사발 등이다. 이번 전시는 만들었던 생산자가 사용한 제작도구, 질그릇을 유통시켰던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판매 단위인 한 줄치의 그릇과 당시의 도로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지도를 함께 소개한다.
흙 제품 수요자 줄어 폐요
제주 생활속의 질그릇은 크게 가옥구조로 보는 것과 쓰임새로 보는 것으로 나누어 전시된다. 안방 바로 옆에 위치하는 고팡(곳간)은 씨앗, 햇곡식 등 주로 마른 곡식을 보관하고 ‘칠성신’을 모시며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소중한 공간이다. 이 곳에는 지새항, 씨항, 씨허벅, 삼귀항 등이 전시된다. 장항굽(장독대)은 주로 장류 등 젖은 음식을 보관하는 공간이며 가옥구조 상 외부에 위치하며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규모가 큰 대항, 양춘이, 춘두미, 웃통개, 알통개, 시불통개 등 제주도에서 생산했던 통개류(항아리류)를 볼 수 있다.
쓰임새로 보는 질그릇에는 술을 빚기 위한 도구인 고소리, 두병들이, 바랑 등이 있고 떡을 찌는데 사용했던 크고 작은 시리(시루)가 있다. 시리 중에는 굿시리(사발시리)라 하여 마을제, 당제를 드릴 때 사용했던 아주 작은 것이 있는데, 생활이 넉넉지 않던 시절 정성만은 담아야 했던 제주인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제주의 환경에 알맞게 만들어지고 사용됐던 ‘허벅과 제주질그릇’은 시대의 변천으로 흙 제품의 실수요자가 줄어들면서 급속히 사라졌고 1960년대 말에 완전히 폐요(廢窯)됐다. 현재 남아있는 가마터인 노랑굴과 검은굴의 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제주도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된 신창현 도공의 허벅을 제작하는 과정을 영상을 통해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흙 문화를 만들어낸 한 축에는 제주민속공예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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