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함에 따라 금융소비자들의 손실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에서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입자들은 올들어 두 차례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지 못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잔액 기준)은 지난 2011년 9월 말에는 8.1%에 불과했으나 ▲2012년 3분기 말 16.7% ▲2013년 3분기 말 22.1% ▲2014년 3분기 말 27.2% 등으로 크게 확대됐다.
문제는 이 기간동안 금리가 떨어지는 바람에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소비자들은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는 데 있다. 1억원을 대출받은 고객이라면 금리가 1%포인트만 떨어지면 연간 100만원의 이자 절감 택을 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책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는 최근들어 최저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는 2.10%로 전월대비 0.07% 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1월(3.69%) 비해 1.59%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는 지난 2010년 2월 코픽스를 도입한 이래 최저치다.
특히 금리 하방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함에 따라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의 비중을 오는 2017년 말까지 4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계의 금리변동 위험을 완화한다는 명분 아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은행권 변동금리·일시상환대출 주택담보대출자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약 40조원 규모를 우선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분기 중 출시하는 고정금리 주택대출 상품의 경우 금리 메리트를 주기 위해 3% 초반대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공사의 적격대출 금리가 3.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보다는 금리가 낮아야 한다고 본다"며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게 되면 소비자의 손실은 늘어나기 때문에 '탁상공론' 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놓고 은행권을 압박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한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히 대출금리 조정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한국은행이 내년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고정금리 대출 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계속 헛발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며 "당장 1~2년 손해를 봤다고 고정금리 대출상품을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