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각의 라틴아메리카 여행서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
스페인의
작곡가 이라디에르가 쿠바를 여행하던 중 쿠바의 무곡 하바네라에 매료되어 귀국 후 유럽에 소개할 목적으로 작곡한 “라 팔로마”의 첫구절 ‘배를
타고 아바나를 떠날 때’가 그대로 책제목이 되었다. 책을 읽어보면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은 저자가 1년 넘게 라틴아메리카의 네 나라, 쿠바·페루·칠레·멕시코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그대로를 기록한 여행서이다. 그러나 이
책은 여타의 라틴아메리카 여행서와는 다르다. “어디에 가면 어디가 볼만하다더라”, “어디에서는 꼭 무얼 먹어봐라”라는 식의 여행서에 길들여진
독자라면 실망할 것이 분명하니 아예 책을 들지도 않는 것이 좋겠다.
우리가 익히 알기로 라틴아메리카는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서구 열강의 식민통치를 받고 연이은 쿠테타와 독재정치의 악순환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국민경제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곳에서는 일찍이 마야, 잉카, 아즈텍 문명 등이 화려한 꽃을 피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탱고, 룸바, 맘보,
차차차 등은 세계적으로 널리 애호되고 있는 이 지역의 민족음악이다.
저자는 이렇게 훌륭한 문명이 살아 숨쉬었던 라틴아메리카가 홀대받는 것이 서러운 모양이다. 책머리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해외여행이라면
으레 우리는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남아 관광여행을 머리에 떠올린다. 길 가는 누구도 라틴아메리카에 오랜 문명이, 볼
만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복자들이 여기서 훔쳐 채워놓은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에는 감탄하면서도 정작 그 물건들의 원산지에는
소홀한 게 우리네 여행문화다”
저자는 그렇게 유럽중심주의적 시각에 물들어 있던 우리의 생각을 곳곳에서 일깨운다.
쿠바에서 우리가 그토록 저주하는 공산주의자 카스트로가 실상은 굉장히 인가가 있고 개혁적이라는 것과 미국의 경제봉쇄가 쿠바국민 모두를 죽일
뻔 했다는 사실. 스페인에 의해 사지를 절단 당해 죽은 왕이 부활해 정의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아직도 믿는 잉카의 후예 페루 사람들,
백인과 원주민이 여전히 분리된 칠레, 스페인의 정복전쟁과 멕시코 원주민의 멸망에 대한 잘못된 시각들을 저자는 바로잡는다.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고 싶다면 과감히 이 책을 잡고 여행의 꿈을 키워라.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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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