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가 왜곡된 국내 보험 손해사정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보험사의 손해사정사 직접 고용과 업무 위탁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정책보고서 '국내 손해사정사 제도의 입법적 개선방안'(김정주 입법조사관)을 발행하고 이같이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법에 '불공정한 손해사정 금지의 원칙'과 '보험사 등 이해관계자가 손해사정사 업무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한 금지원칙'을 명시해 보험사의 자기손해사정 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법적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사의 손해사정사 고용이나 외부 위탁의 목적을 '제출받은 손해사정서에 대한 검증' 또는 '보험계약자가 외부 손해사정을 포기한 경우'로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험계약자에 대한 고지의무 강화 ▲보험계약자 입장에서의 손해사정서비스 접근성 제고 ▲손해사정사 보수체계 표준·법정화 등의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고조사와 사고피해액의 사정, 적정보험금을 산출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다. 보험사와 보험계약자의 가운데서 일하는만큼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고 일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3년 11월 말 기준 5184명의 손해사정사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중 2987명은 보험사에 고용돼 활동하고 있으며, 1480명은 보험사로부터 손해사정업무를 위탁받아 일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일하는 손해사정사는 807명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보험사가 자회사 형태로 손해사정업체를 설립한 후 보험사의 보상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어 손해사정업체의 보험사 의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런 손해사정시장의 구조는 손해사정사들이 보험사의 입장에 편향돼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요인"이라며 "국내 보험사들은 연간 보험금 부(不)지급액 목표를 설정하고, 손해사정지침 등을 마련해 고용 손해사정사들에게 강요해왔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근본적 문제는 보험사가 공정성 여부에 대한 아무런 제약없이 스스로 손해사정을 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열려있다는 것"이라며 보험업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보험사의 자회사 위탁비율을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손해사정사 자격제도에 대한 근거법인 '공인사정사법' 제정안 등이 계류돼있다.
이종걸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계약자가 우선적으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도록 하며, 보험사가 손해사정을 하는 경우 자기손해사정업무의 비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명수 의원 등 10명이 발의한 공인사정사법은 보험계약자, 피해자 등 이해관계인들에 대한 권익보호를 위해 손해사정사의 명칭을 '공인사정사'로 변경하고, 변호사·변리사·공인회계사 등과 같이 별도의 근거법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11월 말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