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기이한 동화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마르셀
에메라는 작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작품이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발행한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는 명성만으로 그의 소설을 읽고 싶어했던 사람들이건, 누군지도 모르고 무심코 책을 집어든 사람에게건
간에 기쁨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프랑스 백과사전에서 그에 대해 설명한 것을 잠깐 빌리자면 “그는 언제나 예술가라기보다는 장인으로서 자기 일을 보았다”고 평가한다. 그는
정말 짧은 이야기의 장인이었다.
장편 소설만을 진짜 소설로 여기고 단편이나 콩트는 그저 습작이나 장편의 맹아 정도로 여기는 프랑스의 문학 풍토에서, 그처럼 짧은 이야기로
독자를 확보하고 대가의 명성을 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작품세계는 사실주의적인 것과 환상적인 것,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등이 어우러져 있다. 표제로 결정된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뿐만 아니라 <생존시간 카드>, <칠십리 장화> 등은 모두 현실에 환상적인 요소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골계와
반어와 역설을 효과적으로 구사한다.
특히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솜씨는 일품이다. 그 상상력이 빚어내는 비현실적 효과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세계의
현실성을 견실하게 한다. 이런 점은 <천국에 간 집달리>에 잘 드러난다. 이야기 내용은 이렇다. 집달리가 죽어서 심판을 받는다.
그는 자기 직분에 충실했지만 서민들의 삶을 송두리채 앗아가고 그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였다. 재판관 성 베드로는 집달리라는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를 괘씸히 여겨 지옥으로 보내려고 한다. 집달리는 하느님께 상소를 올리고 하느님은 그것을 받아들여 환생시킨다. 집달리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두려워 마음에도 없는 선행을 한다. 그러다가 결국은 집을 빼앗기는 사람들의 애환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가 집주인의
총에 맞아죽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은 “집주인을 타도하자”였다. 집주인을 타도하자고 외치는 집달리를 우리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나? 그러나
그가 그렇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심한 집주인들의 횡포가 있었나를 쉽게 유추할 수 있고 변한 집달리를 보면서 우리는 정의를 발견한다.
이처럼 에메가 추악하고 우스꽝스러운 현실의 탈출구로서 모색한 비현실은 결코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그것은 몽상이 아닌
이상이며, 단순한 웃음이 아닌 해학이기 때문이다.
정책을 세일즈
하는 사람
김원길/ 엠케이코리아/ 8,000
이 책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김원길 의원이 자신이 살아온 길을 돌아보며 사람들에게 건네고픈 소중한 이야기를 추려 한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현실을 통찰하는 김 의원의 안목과 경제전문가로서 이상을 실천함에 있어 필연적으로 따르는 고뇌가 곳곳에 베어 있다.
한국문학의 발자취를
찾아서
박태상/ 태학사/ 12,000
저자는 1986년 무렵부터 한국문학사 탐방을 위해 우리나라의 방방곡곡을 훑고 다녔다. 사라져 버리기 전에 현재 시점에서라도 남아있는 문학사의
소중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정리하기 위함에서 였다. 운이 좋을 경우, 한국문학사에서 너무나 소중한 증언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폭력과 상스러움
진중권/ 푸른숲/ 12,000
진중권은 이번 책에서 엘리아스, 벤야민, 르네 지라르, 카를 슈미트 등의 학문적인 글을 인용하고 거기에 대한 저자 자신의 독특한 코멘트를
통해 한국 사회의 폭력적인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집단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본질, 자유주의·보수주의의 실상, 거대 언론의 여론 조작, 지식인의
역할 등을 논한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