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예술과 인생, 용인서 만나자
경기도, 2004년 완공 목표로 ‘백남준 미술관’ 건립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백남준미술관’이 경기도 용인에 들어선다.
경기도가 수도권의 대표적 문화예술 명소로 만들기 위해 계획중인 이 미술관은 총 3만4000여평 규모로 오는 2004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경기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상반기 중 설계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께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11월 미술관 건립을 계획한 경기도는
현재 67억원을 들여 백씨의 작품 58점을 구입해 놓은 상태. 앞으로도 백씨의 작품을 사들이기 위해 추가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백남준미술관은 그동안 백씨의 예술작품이 세계적인 칭송을 받아온 것과는 달리 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미술관이 없었다는 점에서 미술계에
비상한 관심을 사고 있다.
개성과 창의적 작품 ‘한눈에’
백남준미술관 건립 세부계획안을 보면 백씨의 개성과 창의성이 그대로 살아 숨쉬게 하는 부분이 많다. 삐뚤삐뚤한 백씨의 친필 현판 글씨부터
전시장 구성까지 모든 면에서 백남준 특유의 파격과 창의성이 나타난다.
낙서처럼 써놓은 ‘백남준미술관’ 현판은 그의 작품인생을 지배해온 기존질서를 바꿔 놓으려는 전위예술가로서의 패기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파격
그 자체다.
백씨가 60년대 미국 생활을 시작하던 당시의 스튜디오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흥미롭다. 백씨는 뉴욕에 모두 4곳의 스튜디오를 유지해 왔는데,
그 중 백씨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뉴욕 브롬스튜디오의 15m 상당의 작업실을 그대로 미술관에 재현해 전시할 예정이다. 백씨가 사용했던
각종 연장과 도구용 선반, 소품 4세트 등과 함께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백남준 미술관의 독창적인 공간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국내에 들여온 58점의 작품 대부분도 백씨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예술혼을 불태웠던 2000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 전시했던 작품들이다.
끝없는 자유의지, 거칠 것 없는 표현력과 상상력의 소유자 백남준의 개성과 창의성이 작품속에 그대로 배어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아티스트 백남준
아방가르드(avant-garde.전위예술) 정신의 소유자 백씨는 한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유명인사이면서도 국내에서는 그동안 좁은 시야에서만
평가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라는 예술분야가 백씨에 의해 소개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반면 비디오아트의
역사, 백씨의 예술세계 및 역할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폭넓게 다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다 50년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외국생활을 시작한 백씨와 경기도의 직접적인 연고는 없다. 백씨의
5대 조부(祖父) 묘소가 경기도 동두천에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백씨는 경기도에 “5대 조부 묘소가 경기도에 있다. 조상에 부끄럽지 않게
노력하겠다”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96년 중풍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아직도 예술가의 길을 정정하게 걷고있는 백남준의 작품세계를 몇년후부터는 경기도 용인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정수영 기자 cutejsy@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