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한 적정 수준의 임금인상 요구에서 한 발 물러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5단체장과 만나 경기회복을 위해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으나 “임금은 민간자율에 맡긴다”는 원칙만 확인한 채 간담회를 마쳤다. 이번 모임은 최 부총리가 이달 9일 서울 신림동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해 적정한 수준의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직후 마련됐다. 그래서 이날 모임에서 최 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재계가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띨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재계는 완강한 입장을 지켰다.
최 부총리는 이날 모임이 시작되자 마자 “가급적 적정 수준의 임금인상을 통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경제계가 경제살리기에 적극 협력해 달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최저임금 인상문제는 경제구조와 소득구조를 고려해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경영자총연맹은 최 부총리의 적정수준의 임금인상 발언이 나온 뒤 최저임금 적정수준으로 여야가 6000원대를 주장할때에도 “1.5% 인상하는 게 적정 수준”이라며 맞섰다.
이처럼 재계가 정부의 임금인상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은 삼성전자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이유로 올해 임금을 동결한 것을 비롯해 상당수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세에 나서자 노동계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간담회에서 정부와 재계가 “개별기업의 임금은 노사간 협상을 통해 정하고 민간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을 적정수준의 임금인상으로 본다”고 밝혔다. 따라서 더 이상 정부가 임금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임금인상보다는 기업투자를 이끌어내는 쪽으로 재계를 독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30조원의 투자촉진 프로그램, 민간투자사업, 민간임대주택사업 등에 기업들의 투자를 요청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기업투자를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엄격한 적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 자금이 시중에 돌게 하기 위해 기업 이익의 일정부분을 배당이나 투자, 임금인상 등에 사용치 않을 경우 과세하는 제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모임을 통해 정부와 재계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만큼 좀 더 건설적인 대안을 통해 경기부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이날 제시된 서비스업 대책 등을 위해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