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역사가 돼 버린 옛 신문
전직 신문기자가 엮어 쓴 <옛날 신문을 읽었다>
“우리는
통상 한 시대를 관찰하고자 할 때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접근해보곤 합니다. 그러나 그 시대의 ‘개인’과 ‘생활인’들이 어떻게
살았었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습니다.”
전직 신문기자 출신인 이승호 씨는 자료수집을 위해 오래된 신문들을 보다가, 옛날 신문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버렸다. 그는 “옛날 신문에
사람들의 체온, 숨결, 땀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며, “역사는 도표화되고 도식화된 편년체로 정리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숨결과 땀까지 담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950년대 이후 가난하고 국가의 통제가 심했던 시절에 쓰여진 흥미로운 신문 기사들을 “누렇게 변색하고 곰팡이가 퍼렇게 낀 수십
년 전의 낡은 신문철을 넘기며” 골라냈다. 그리고 기사 내용과 관련된 정보 및 자신의 경험담을 함께 담았다. 특히 옛날 신문에 실린 기사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시절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하여 꼬집어봄으로써 지난 시대를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장발·미니스커트 단속, 야간 통행금지 등 눈에 보이는 과도한 사회적 통제가 이제는 사라졌다. 1960년대 가슴이 약간 드러난다는 이유만으로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아리랑 드레스’는 ‘순결과 정절의 적’으로 비판 받았지만, 지금은 웃어 넘길 수 있는 과거사가 됐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저자는 “그래도 이 사회는 나름대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아쉬운 모습도 여전히 눈에 띈다. “등교시간이 너무 빨라 학생들이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한국일보
1974년 4월 3일자)” 모습은 수십 년이 지난 요즘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풍경이다. 1957년 강 아무개가 “이승만의 양자
이강석”을 사칭하고 다녔던 ‘귀하신 몸’ 사건도, 권력에 기대 한몫 챙기려는 파리 떼들이 적지 않은 정치권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그렇다고 옛 시절을 마냥 우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마음대로 기를 수도 없고 대학 교정에서 <러브스토리>
흉내를 내다가 정학 당한 연인이 있을 정도로 통제된 시대였지만, 오히려 “그 시절의 ‘개인’들이 지금의 ‘개인’들보다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었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얼마 전 신문에서 방글라데시 주민들의 행복지수가 선진국 못지 않게 높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며 물질의 풍요가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일반적 통념에 의문을 던졌다.
새책 소개 |
아줌마 밥먹구 가 오한숙희/ 여성신문사/ 8,500
나는 이승우/ 문이당/ 8,500
선 신주련/ 행복한책읽기/ 8,000 |
이원순 기자 blue@sisa-news.com